유튜버 미스터아재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진 못하는 곳”

‘구독자 늘리는 법’, ‘유튜버 되는 법’. 포털에 ‘유튜브’만 쳐도 나오는 연관 검색어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면서 1인 미디어, 즉 유튜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에서 ‘유튜버’가 5위에 올랐다는 점은 그 사회적 인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유튜브는 1인 미디어 시장의 황금기를 열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사회·문화·경제적으로 다양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그 영향이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시사위크>는 유튜버 전성시대의 실상을 심층적으로 진단해보자 한다. [편집자주]

/ 이가영 기자
지난 3일 인천 도화역 인근 작업실에서 만난 유튜버  ‘미스터아재’ / 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유튜브가 대세를 넘어 ‘갓튜브(God Youtube)’로 자리 잡으면서 1인 미디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쌍방향 소통,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콘텐츠 등이 유튜브의 매력으로 꼽히는 가운데 유명 유튜버가 천문학적 금액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수익도 보장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라는 게 유튜버 크리에이터 ‘미스터아재’의 말이다. 

“유튜브는 누구나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하기는 힘들다. 확실한 기획, 연출이 잡혀있어야 한다… (중략) 아내는 오히려 회사 다닐 때가 낫다고 말한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다는 점, 수익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 “유튜브 시작 계기… 돈 아닌 ‘좋아해서’”

기자는 지난 3일 오전, 3년차 유튜버이자 21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미스터아재’ 이상렬(38) 씨를 만났다.

인천 도화역 인근에 마련된 그의 작업실은 영상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깔끔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제트 만능팔, 아이언맨 헬멧, 스티로폼 비행기 등 그간 콘텐츠를 통해 제작한 물품들이 선반에 전시돼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아이디어 구상을 위한 커다란 칠판과 넓은 작업대가 마련돼 있었고, 주로 촬영을 진행한다는 가장 안쪽 벽면에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망치, 실톱 등 각종 공구와 재료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미스터아재’의 작업실 전경. DIY콘텐츠 유튜버답게 각종 공구와 3D프린터, 넓은 작업대 등이 눈에 띈다. / 이가영 기자
‘미스터아재’의 작업실 전경. DIY콘텐츠 유튜버답게 각종 공구와 3D프린터, 넓은 작업대 등이 눈에 띈다. / 이가영 기자

그의 콘텐츠는 주로 공학 관련 DIY(직접제작)다. 장난감 총 만들기, 게임기 만들기부터 만화나 영화에 나왔던 특수한 소품 만들기까지 그간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는 약 500개에 달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는 2년 전 업로드한 피젯스피너(한 손에 쥐고 돌리는 등 반복적인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한 손장난감) 실험 콘텐츠다. 조회수 226만회를 넘겼다. 

피젯스피너를 최고 속도로 회전시킨 후 물에 놓게 될 경우 가라앉는지 굴러가는지를 실험하는 게 영상의 주 내용이다. 당시 피젯스피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데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면서 인기를 얻었다. 실제 이 콘텐츠로 ‘미스터아재’를 알게 됐다는 댓글도 적지 않게 달려있다. 

“처음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만들기를 좋아해서였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유튜브가 뜨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한번 접목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이씨는 설명한다. 

이씨가 유튜브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6년 말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목, 플랜트 설계계열에서 일을 하고 있던 이씨는 유가 하락 등의 이유로 회사 사정이 점점 열악해지는 상황을 보고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당시도 유튜브가 뜨고 있었던 만큼 초기 진입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다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활용품 등으로 직접 만들기를 해보고 이 과정을 설명, 시청자도 따라 만들 수 있도록 하면 차별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 “유튜브는 시간 싸움”… 일·생활 경계 없이 ‘바쁜 하루’ 

정해진 일정이 없어 여유로울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과 달리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은 훨씬 더 타이트하게 돌아간다고 이씨는 말한다. 

미스터아재의 경우 보통 영상 한 편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이상이다. 아이템 구상에 부품 준비, 직접 만들기 등에 4~5일 가량 소요되고 편집하는데 하루에서 이틀이 소요되는 식이다. 

‘미스터아재’가 직접 만든 ‘가제트 만능팔’아이템을 시연하는 모습. / 이가영 기자
‘미스터아재’가 직접 만든 ‘가제트 만능팔’아이템을 시연하는 모습. / 이가영 기자

아이템은 시청자들의 요청이나 평소 자신의 아이디어 등에서 발굴한다. 이후 만들기를 진행한다. 한 번 만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다 보니 실패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경우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을 10분 정도 분량의 영상으로 편집해야 한다. 주 1회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돈을 얼마나 될까. 이씨는 “직장 다닐 때 만큼은 버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적게 벌었을 때는 한달에 150만원 정도였고 가장 많이 벌었을 때는 1,500만원 정도 벌어봤다. 그런데 주말이고 밤이고 늘 아이템 구상과 콘텐츠에 매달려 있다 보니 그다지 시간 대비 수익이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협찬 광고나 외부 행사 등이 들어오는 경우는 좀 낫다”고 전했다. 

유튜브는 구독자 1,000명, 1년간 4,000시간 이상이 시청돼야 광고 수익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영상 시청시간이나 조회수 등을 알고리즘으로 조정해 수익을 배분하는 식이다. 국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한국의 경우 1뷰당 1원으로 보면 된다. 영상 내 광고나 협찬 금액은 별도다. 

그러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와 연계해 활동하는 영상 제작자 1만여개 채널 중 연간 1억원 이상을 버는 채널은 10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0원부터 수천만원까지 편차가 어마어마하다. 즉 억대 연봉을 버는 크리에이터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차별화된 콘텐츠로 운 좋게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쳤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소위 말하는 유튜브의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갑질’이다. 

◇ 유튜브의 일방적 제재 “이해 안 되는 경우 많아”

이씨는 “유튜브에서 판단될 때 폭력적, 가학적이라던지, 혹은 광고가 붙을 수 없는 그런 경우 ‘광고가 붙을 수 없는 영상입니다’ 이런 식으로 제재를 한다. 이해가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 이가영 기자
콘텐츠를 제작하기위해 영상을 촬영 중인 ‘미스터아재’/ 이가영 기자

유튜브는 통상 ‘삼진 아웃제’라 불리는 제재를 운영하고 있다. 한 계정이 세 번의 경고를 받을 경우 무통보 계정이 삭제가 되는 식이다. 첫 번째 경고는 주의 수준이다. 다만 첫 번째 경고를 받고 6개월 이내 또 다시 경고를 받게 된 경우(누적 2회) 2주간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후 앞서 경고들이 해제되기 전 세 번째 경고를 받으면 계정이 삭제된다. 그런데 통보없이 바로 채널을 삭제하고 그 이유를 일방적으로 메일로 통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에 공정위는 올해 3월 구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와 유튜브에 이용자가 업로드한 사진과 영상을 일방적으로 삭제하지 못하도록 약관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들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고 이씨는 말한다. 

미스터아재는 보다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근 작업실을 마련했다. 집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촬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직원들을 충원해 본격적으로 키트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부품 조달을 쉽게 해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보고 만들 수 있게 하는 게 최종 목표다.  

미스터아재는 유튜버 입문자들에게 “유튜브는 시간싸움이다. 계속 꾸준하게 해야 성공한다. 시류에 휩쓸려 어떤 콘텐츠가 잘된다는 것만 듣고 거기에 뛰어들면 오래하기 힘들다. 꾸준하게 오래 영상을 만들려면 자기가 좋아하고 즐거워할만한 것들로 영상을 만들어 보는 게 가장 좋은 일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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