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이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감독 강윤성)으로 관객과 만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김래원이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감독 강윤성)으로 관객과 만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마디도 허투루 내뱉지 않았다.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신중한 대답을 내놨다. 데뷔 22년 차 배우 김래원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처럼 겸손했고, 그래서 더 멋있었다.

김래원이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이하 ‘롱 리브 더 킹’, 감독 강윤성)으로 돌아온다. ‘희생부활자’(2017) 이후 2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롱 리브 더 킹’은 우연한 사건으로 일약 시민 영웅이 된 거대 조직 보스 장세출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역전극이다. ‘범죄도시’(2017)로 흥행 돌풍 일으켰던 강윤성 감독의 신작이다.

‘롱 리브 더 킹’은 웹툰 ‘롱리브더킹’을 원작으로 한다. 김래원은 원작 팬들 사이에서 가상 캐스팅 1순위에 올랐을 정도로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롱 리브 더 킹’에서 김래원은 거대 조직 보스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장세출로 완전히 분해 팬들의 기대, 그 이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다.

‘롱 리브 더 킹’ 김래원 캐릭터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롱 리브 더 킹’ 김래원 캐릭터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통쾌한 액션부터 유쾌한 코미디는 물론 강렬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멜로 장인’의 면모도 빼놓을 수 없다. 액션이면 액션, 코미디면 코미디, 멜로면 멜로까지 다 되는 김래원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똑같이 최선을 다해 임했을 뿐인데, 쏟아지는 호평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단다. 김래원의 표현을 빌려 ‘보기에 썩 괜찮은’ 연기가 나왔다면, 좋은 연출자를 만났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이제 막 기초훈련이 끝났을 뿐”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에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 훈훈한 비주얼에 겸손한 태도까지… 다 가진 김래원을 만났다.

-김래원의 매력이 모두 담긴 인생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부담스럽다. 나는 정말 똑같았다.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이 작품이라서 더 열심히 했거나 특별히 했던 건 없다. 늘 열심히 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잘 맞고, 좋은 연출자를 만났고 잘 쫓아간 거다. 그래서 보기에 썩 괜찮은 연기가 나왔고, 매력적인 인물이 나온 거다. 내가 대단히 뭔가를 느끼고 바뀐 건 아니다. 다음 작품이 걱정된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는데,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라 (강윤성 감독이) 어떻게 풀어갈까 생각했다. 강윤성 감독님이라서 믿고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똑같이 했다. 작품과 역할이 좋아서 잘 맞았던 것 같다.”

-멜로는 어땠나. 시나리오와 감독의 디렉팅이 있었겠지만, 눈빛이나 표정, 디테일은 배우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않나.
“멜로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영화 중반 이후에 완전히 세출이 됐고, 감독님이 나를 신뢰하기도 했다. 오히려 나한테 어떨 것 같냐고 묻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세출이었으니까. 나도 생각은 정말 많이 했는데, 오히려 찍을 때는 주어진 상황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반응이 나왔다. 그렇게 만들어갔다.”

‘롱 리브 더 킹’에서 장세출로 완전히 분한 김래원.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롱 리브 더 킹’에서 장세출로 완전히 분한 김래원.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세출이 소현(원진아 분)의 한마디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세출의 선택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이해하려고 들면 안 되더라. 이해가 안 되는 게 장세출이고, 그게 그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인데, 생각을 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게 장세출이니까… 고민을 많이 하고,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각하면 답이 없지 않나. 동화 같은 이야기고, 장세출이니까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라’라는 말에 ‘그래. 좋은 사람이 되자’ 그 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거다. 내 감정에 대해 의심하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그런 남자인 것 같았다. 또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됐다기보다, 그런 면을 충분히 갖고 있던 남자가 소현을 만나서 안에 있던 따뜻한 인간미가 밖으로 드러난 거다. 아마 소현도 세출의 그런 면을 보고 좋은 사람이 되라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보고 굉장히 즐기면서 재밌게 찍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다른 배우들도) 그랬다. 리더(강윤성 감독)가 좋았다.”

-간담회에서도 그렇고 앞선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강윤성 감독에 대한 칭찬이 끝이 없다.
“칭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거다. 되도록 안 하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김래원이 이만큼 성장했고, 연기가 더 좋아졌다’라는 평가가 있지만, 다음 작품에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거다. 나는 늘 하던 대로 했고, 좋은 연출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강윤성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했던 순간이 있다면.  
“꽤 많았다. 우선 첫 신을 한 테이크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꽤 길었는데, 동화 같은 이야기에 진정성이 실리고 리얼해지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또 인물들의 감정 표현에 대한 밸런스를 적절히 조절하시더라. 예를 들어 ‘세출의 감정이 화면에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는 과감하게 배제시켰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심하지 않았다. 나도 공부를 하는 입장이니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이래서 주인공인 세출을 이 장면에서 배제시켰구나 싶더라. 그런 점을 이해하게 되면서, 영화 전체를 두고 정확하게 분배를 하고 계신 분이구나 느꼈다.”

김래원이 강윤성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김래원이 강윤성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세출이 단순하고 심플한 인물이라서 실제 본인과 다르다고 했다. 반대로 비슷하다고 느낀 점도 있나.
“섞여있다. 말과 행동할 때 습관처럼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나왔을 거다. (잠깐의 침묵 후)  나는 생각이 되게 많은 편이다. 첫날 인터뷰를 하고 기사들을 찾아보던 중에 ‘기생충’ 송강호 선배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 캐릭터를 찾아가는 스타일이 있고, 나한테 맞추는 스타일이 있다고 하시더라. 정확히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라 조심스러운데… 나는 둘 중 어느 쪽인지 고민을 해봤다. 아직 잘 모르겠더라. 그 정도로 모든 면에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한참 멀었다.”

-연기 경력이 꽤 됐는데, ‘한참 멀었다’고 표현하다니 의외다. (김래원은 1997년 MBC 드라마 ‘나’로 데뷔했다.)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다. 내가 어떻다 정의하고, 내 안에서 정리를 해서 기준을 두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게 아직 안 됐다. 선배님들의 인터뷰를 보면 정리가 딱 돼서 답을 하시는데, 나는 아직 그게 없다. 그냥 루키 느낌인 것 같다.”

-데뷔 때도 지금과 같은 마음이었나.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 건가.
“처음 데뷔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 척한 게 더 모르는 거였다. 20년을 넘게 했는데, 불과 몇 년 전부터 ‘아 내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단계구나’를 알게 된 거다. 그동안은 말 그대로 정말 연습이었다. 기초 훈련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도 훈련 중일 수도 있다. 계기는 없다. 그냥 조금씩 변화가 생겼고, 알게 됐다.”

김래원이 대표작 ‘해바라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김래원이 대표작 ‘해바라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작품을 보일 때마다 ‘해바라기’(2006)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담감은 없나. [김래원은 ‘해바라기’에서 오태식으로 분해 섬세한 감정 연기와 고난도 액션을 완벽 소화하며,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그런 영화가 없을 수도 있지 않나. 회자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가 세 편 정도만 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배우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20~30년을 더 한다고 치면, 그 안에 그런 작품이 한두 편은 더 나오지 않을까. 그거면 된 거다. 내가 연기를 대단히 잘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과 좋은 연출을 만나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10대에 데뷔해서 40대를 향하고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고 말하고, 송강호 등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 같다. 
“모르겠다. 내가 배우로서 그만한 그릇이 될는지… 열심히 하는 데까지 해볼 거다. 그렇게 되려고 하고 있다. 좋은 작품, 좋은 감독님을 많이 만나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하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초는 만들어졌으니까… 기초가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조금 늦었지만. 하하. 그러다 보면 좋은 작품을 또 만날 거다. ‘롱 리브 더 킹’처럼.”

-본인한테 너무 박한 거 아닌가. 
“냉정한 거다. 진짜 그렇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롱 리브 더 킹’를 보고 어떤 말을 해줬으면 좋겠나.
“영화만 재밌게 봐주시면 된다.(웃음) 그것보다 조폭 미화가 아니냐, 정치적 성향이 강한 영화가 아니냐 그렇게 보는 분들이 아직 있다. 절대 그렇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개봉을 하고 입소문이 나면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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