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찾아 이목을 끌었다. 그는 특별한 언급 없이 조문을 짧게 마치고 돌아갔다. / 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찾아 이목을 끌었다. 그는 특별한 언급 없이 조문을 짧게 마치고 돌아갔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12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찾았다. 영정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을 마친 이씨는 차남 김홍업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눈 뒤 발길을 돌렸다.

방명록에 별도의 글은 남기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만큼 조문 시간은 짧았다. 그럼에도 이씨의 조문은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정치적 악연 때문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신군부를 이끌던 1980년 5월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장남인 고 김홍일 전 의원도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혹독한 조사를 받았다. 이에 이희호 여사가 전두환 대통령에게 남편의 석방을 호소했으나 사실상 거절을 당했다. 다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처럼 감형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집권한 뒤 자신을 정적으로 여긴 신군부 세력에 정치보복 대신 용서를 택했다. 이희호 여사도 명절과 생일 때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에게 선물을 보냈다.

이에 따라 이씨는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이희호 여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호 여사를 “존경한다”고까지 말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사과는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홍일 전 의원은 평생 고통을 겪었다. 김홍일 전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투병 중인 장남이 애잔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사랑이 지극했다. 당신 때문에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이희호 여사는 지난 5월 김홍일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까지 지켜본 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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