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날로 심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강기정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 / 뉴시스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날로 심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강기정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신경전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불만스러운 듯한 언급을 하는 등 설전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습이다.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뚜렷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한국당으로서는 정부 비판 공세를 더욱 강경하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정면으로 충돌한 부분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청와대 정무수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번도 나한테 만나자고 찾아온 적 있느냐”는 발언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 차원의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긴급토론회를 열고 “청와대가 추경 처리를 요구하면서 ‘물밑 대화’를 하거나 우리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1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체제 이후 한 번도 전화조차 받아본 적 없다. 적어도 제1야당 원내대표와 같이 밥 좀 먹자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청와대가 국회 정상화를 필요로 하면서도 제1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후 강기정 정무수석이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보인 반응이 전해지면서 청와대와 야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강 수석은 “나 원내대표가 국회 파행 사태 이후 ‘청와대는 빠져라’라고 언급했다. 그 전까지 나 원내대표와 연락했었는데 빠지라고 해서 더 이상 연락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수준 이하의 말장난”이라고 반발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청와대가 진정성을 갖고 국회상황을 풀어보려는 노력을 했느냐는 취지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새롭게 노력을 하려는 모습은커녕,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며 진실게임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모습이 한심스럽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정당 해산’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청와대가 한국당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양 청원에 대한 답변을 맡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답해 ‘총선 심판론’을 제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3권 분립이 뭔지, 정무수석실의 역할이 뭔지조차 망각한 부적절하기 짝이 없는 갈등 조장이자 정치불신 선동”이라며 “그런 정무라인이 ‘청원 답변’을 빌미로 야당과 국회를 궤멸의 대상, 심판의 대상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실타래가 더욱 꼬이는 형국이 됐다. 현역 국회의원이 현직 대통령을 형사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의혹과 관련해 위법한 수사를 지시했고 헌법상 적법한 절차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지난 3월18일 김학의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수사지시는 법령에 근거한 것이 아니므로 위법하다. 이는 형법상 직권남용과 강요에 해당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보고받고 “사건 실체와 제기되는 의혹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낱낱이 규명하라”고 지시했었다.

여당은 곽 의원의 주장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수 특권층이 권력과 유착해 범죄를 저질렀다. 이후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은폐까지 자행되었다. 대통령이 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주문한 것이 어떻게 직권남용과 강요에 해당한다는 것인가”라며 “역사에 은폐된 권력유착 범죄에 대한 국민의 상실감, 상식적인 분노와 함께하지 못하는 자는 그 주범과 이를 방조한 자에 다름없다. 곽상도 의원, 자중하라”고 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국회 원내 상황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끼리 협상을 하게 두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계속해서 기름을 붓고 있다. 야당의 요구는 하나도 들어주지 않겠다는 태도로 무조건 국회에 복귀하라고만 하면 협상이 진행이 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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