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며 전격 사퇴를 발표했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인보사 사태’의 책임론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며 전격 사퇴를 발표했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인보사 사태’의 책임론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걷겠다.”

지난해 11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4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순위 30위 재벌그룹의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었다. 자신이 ‘금수저’로 태어나 특별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한 이웅열 전 회장은 “그동안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다. 이빨이 다 금이 간듯하다. 여태껏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이웅열 회장은 올해 1월 1일을 기해 코오롱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던 그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의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홀연히 떠난 이웅열 전 회장이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웅열 전 회장의 상속세 탈세 혐의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2월 차명주식 보유 및 이를 은폐한 혐의를 적발해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구형한 가운데, 1심 판결은 오는 20일 내려질 예정이다.

뒤이어 제기된 논란은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그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웅열 전 회장은 퇴직금으로 무려 410억4,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코오롱그룹보다 재계순위가 훨씬 높은 LG그룹의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경우 퇴직금으로 201억3,600만원을 수령한 바 있는데, 이웅열 전 회장은 이보다 2배 많은 돈을 챙겼다.

그나마 이러한 논란들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터진 이른바 ‘인보사 사태’는 그야말로 ‘핵폭탄급’ 파문을 일으켰다. 인보사는 이웅열 전 회장이 많은 공을 들인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다. 이웅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자식’으로 표현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자랑한 바 있다. 인보사는 지난해 해외 수출이 시작되고, 미국 FDA 임상 3상이 추진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가며 이웅열 전 회장의 애정에 부응했다.

하지만 인보사는 주요 성분이 변경됐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무려 2년간 은폐한 것이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겼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후폭풍은 거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즉각 인보사 판매를 중단시켰고, 허가 취소라는 강력한 제재를 결정했다. 이에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등의 주가가 급락을 거듭했고, 코오롱티슈진은 아예 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진 뒤 상장폐지 기로에 선 상태다.

일반 국민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믿었던 인보사로부터 배신당한 환자들은 행여 무슨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게 됐다. 향후 15년간 추적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등 오랜 고통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보사의 밝은 전망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환자들과 투자자들 모두 줄줄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웅열 전 회장이 ‘인보사 사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인보사 사태의 책임론이 이웅열 전 회장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이웅열 전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조만간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웅열 전 회장을 둘러싼 의심스러운 정황의 핵심은 바로 전격적인 사퇴에 있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며 사퇴를 발표했을 당시, 인보사는 미국 FDA 임상 3상을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 과정에서 주요 성분이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웅열 전 회장이 해당 문제를 미리 알고 전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웅열 전 회장과 인보사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은 차명주식과 관련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검찰 소환도 임박한 상태다. 아울러 인보사의 허가 취소 확정 여부와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심사 여부도 곧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웅열 전 회장은 사퇴 발표 당시 “까짓것, 행여 마음대로 안 되면 어떻습니까. 이젠 망할 권리까지 생겼는데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던 선언은 그의 말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