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019 잇츠게임 신흥시장 오픈포럼’
“대만은 중국 달라… 韓게임 메리트 없어”

/ 이가영 기자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잇츠게임 신흥시장 오픈포럼’ 현장. / 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이 2년여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 신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대만은 홍콩, 마카오 등과 함께 ‘중화2부’ 시장으로 분류되는 대표적 친한(親韓) 게임 시장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전례만 보고 무턱대고 진출해선 안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만에서는 이미 ‘한국 게임’의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것. 
 
18일 ‘2019 잇츠게임 신흥시장 오픈포럼’에서 대만 퍼블리셔를 담당하는 김봉균 해피툭 부사장은 “대만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 게임 업계 분들은 공통적으로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기대한다. 판호가 막혀있어 대만부터 우선 진출하고 이후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만인 75%가 ‘우리는 중국과 다른 나라’라고 생각한다. 성향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 ‘기회의 땅’ 대만… 한국 게임 상위권 점령

최근 대만으로 진출하는 한국 게임들이 대거 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번번이 실패를 겪던 한국 게임들이 괄목할 만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어서다. 한국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게임사들이 한국 이용자들의 성향이 유사한 대만으로 방향을 튼 것.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12월 출시돼 36시간만에 대만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펄어비스도 검은사막 모바일의 첫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대만을 택했다. 특히 검은사막 모바일은 대만 모바일 게임 사전예약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100만명을 돌파하며 정식 서비스 전부터 흥행을 예고했다. 해당 게임 또한 지난 8월 출시 이후 인기와 매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2017년 이래 대만 게임 순위를 국내 게임이 번갈아가며 1위를 차지, 현지 시장을 선도하는 모양새다.

대만 시장 규모는 중국 본토와 비교하면 적은 편이나 국내 게임 시장의 약 40%인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만 인구 총 2,300만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1,450만이 게임 이용자다. 유료 결제에 거부감이 적고 외산 게임에 대한 거부감도 낮아 진출이 용이하다. 신고만 하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어 자체 진출도 가능하다. 

한국 이용자들과 선호하는 장르가 비슷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RPG(역할수행게임)과 FPS(1인칭 슈팅 게임), 퍼즐 게임 등이 유행하고 있다. 젊은층 인구가 많고,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대만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라 불린다. 

그러나 한국게임이라고 해서 모든 게임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김 부사장은 “더 이상 한국산 게임이라는 딱지가 메리트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IP(지식재산권) 파워가 높지 않은  게임이라면 사전 인지도를 높혀 초반 모객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즉, 한국산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섣부르게 대만 시장에 진출하기 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

/ 이가영 기자
김봉균 해피툭 부사장이 대만 이용자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가영 기자

◇ "대만, 중국 달라… 이용자 특성 잘 파악해야"

예컨대 중국과는 다른 시장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중화권으로 분류되지만 대만은 중국과는 엄연히 다른 시장이다. 한자를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중국은 한자를 쉽게 간소화한 간체자를 사용하고 대만은 전통 한자인 번체자를 쓴다. 특히 대만인들은 간체자가 섞인 게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 표현, 단어가 아예 다른 경우도 상당히 존재하는 만큼 현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비슷한 경우로 음성 콘텐츠의 경우 중국어 성우 더빙 녹음이 불필요하다. 중국어 음성보다 일본어나 한국어 음성을 선호해서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등 일본 문화에 익숙한만큼 일본어 음성을 그대로 사용하는게 일반적이다. 

또한 대만 유저는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에 얼마나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라이브가 이뤄지는지 중요하다. 모바일 게임 기준 3주 이상 업데이트가 없는 경우 유저들로부터 불만이 나온다. 이에 소규모라도 2주 단워 정도로 짧게 업데이트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런칭시즌 대만 전용 특수 아이템을 출시해 초반 유저 관심도를 높이는게 좋고, PVP(Player VS Player)나 결혼(연애) 콘텐츠를 선호하는 만큼 해당 콘텐츠는 필수다. 이외에 한국의 연휴 및 명절과 같은 특수 시즌에 적용할 컨텐츠의 준비가 별도로 필요하다. 

유저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치, 인스타그램이 등이 많이 활용된다. 특히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는 게임 전문 매체 ‘바하무트’를 통해 많은 정보가 유통된다. 페이스북은 1900만명이 사용한다. 페이스북 팬 페이지로 고객과 소통을 하고 채팅을 통해 고객서비스(CS) 응대까지 한다. 이러다 보니 런칭하는 대부분의 게임이 페이스북에 팬페이지를 개설하고 운용하는 전담인력을 배치·활용하고 있다. 

대만 게임 이용자들은 해외 동향에도 민감하다. 이에 타 국가에 오픈된 콘텐츠로 마케팅으로서 의미가 없다. 한국의 업데이트 1주일 이내 중문 패치 노트가 바하무트에 공유되며 업데이트 내용, 아이템 출시 가격, 한국 유저의 동향까지 대만 유저는 모든 내용을 사전에 알고 주시하고 있다. 타 국가보다 고가 혹은 효율이 떨어지는 아이템이 출시될 경우 대량 부정 동향이 발생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김봉균 부사장은 “대만 정부는 강력한 소비자 보호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게임사와 고객의 분쟁에서 소비자의 유리한 법률 조항이  많으니, 진출시 게임 분야의 표준 약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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