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된 APEC을 계기로 접촉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 /뉴시스
지난해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된 APEC을 계기로 접촉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우리 정부가 일본에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는 방안이다. G20 정상회의 계기로 한일관계를 개선해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19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송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사자들 간 화해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이러한 방안을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한 바 있는 한일 청구권협정 3조 1항의 협의 절차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일본이 받아들일 경우,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기업과 우리 측 포스코, 한국전력 등이 기금조성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1965년 당시 대일청구권에 따라 들여온 차관으로 성장한 기업들이기 때문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간접적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제안은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지난 주말 일본을 비공개로 방문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 1항에 따르면, 협정 해석 등과 관련한 양국 간 분쟁은 외교 경로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양자협의가 불가능할 시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일본은 1965년 차관 등으로 배상은 완료됐으며 여기에는 개인 청구권까지 포함된 것이라며 우리 대법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해석상 차이가 있으니 동조항에 따라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우리 측에 제안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한일 기업들의 ‘기금조성’과 ‘중재위원회 구성’이라는 대안을 내놓은 것은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특히 G20 정상회의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G20에 참가하는 거의 모든 나라와 (정상회담) 협의를 진행한다”며 한일정상회담의 추진의사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중재안을 거부하고, 강제징용 피해당사자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일본 고노 다로 외무상은 “한국 측의 제안은 한국과 일본 관계의 법적 기반이 되는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을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산케이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G20 정상회의 때 한일정상회담을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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