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수년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음식 배달앱 시장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최근 난데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연예인, 유튜버 등 소위 ‘셀럽’ 또는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유명인사들에게 할인 쿠폰을 뿌렸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것이다.

논란은 ‘자업자득’ 양상으로 전개됐다. 래퍼 기리보이를 비롯해 배달의민족으로부터 쿠폰을 받은 유명인사들은 SNS 등을 통해 이를 인증했다. 이는 배달의민족이 쿠폰을 건네며 기대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명인사들에게 지급된 1만원 쿠폰 한 뭉치를 본 소비자들은 ‘특혜’라며 반발했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논란이 일자 배달의민족 측은 “흔히 쓰는 표현 중 ‘한턱 쏜다’는 말이 주는 느낌처럼, 주는 사람도 좋고 받는 사람도 즐거운 ‘주고 받는’ 일상의 행복을 나눠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특정 유명인사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각종 이벤트와 혜택을 제공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성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엉뚱한 해명이었다.

결국 배달의민족은 뒤늦게 사과 입장을 내놓았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듣고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희의 생각이 짧았다”며 특정 유명인사에 대한 쿠폰 지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혹시나 특혜로 해석될 일들은 없는지 모든 일들을 점검하겠다”며 “때때로 이번처럼 잘못하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꾸짖어주시면 귀 기울여 듣고 얼른 알아차리겠다”고 덧붙였다.

애초에 논란을 일으킨 점이나 처음부터 핵심을 간파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쉽지만, 배달의민족의 사과 입장 표명은 적절했다. 젊은 신생기업답게 ‘쿨하게’ 잘못을 인정했고, 소탈하면서도 진정성이 담긴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이번 논란을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 끝내선 안 된다. 배달의민족이 나아가야할 길, 특히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배달앱 시장은 최근 수년간 눈부신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은 그 중심에 있었다. 배달의민족을 필두로 한 배달앱 시장의 성장은 배달음식 시장의 양적·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 같은 성장은 결코 배달의민족 홀로 이룬 것이 아니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준 요식업자들과 주문을 해준 소비자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배달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판을 만들어 제공한 배달의민족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다른 사회구성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 경제’가 잊지 말아야할 점이다. 플랫폼 경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서로 연결해주며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해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만이 아니다. 해당 플랫폼에 들어와 가치를 창출해낼 ‘구성원’도 핵심 요소다.

따라서 ‘플랫폼 경제’는 구성원 모두의 상생발전을 최우선가치로 여겨야한다.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다. 요식업자와 소비자, 배달노동자들이 구성원으로서 플랫폼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성공을 도운 구성원들은 지금 어떤가. 요식업자들은 과당경쟁과 수수료에, 소비자들은 갈수록 오르는 음식값과 배달료에, 배달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에 불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불만을 감수하면서도 배달의민족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달의민족만 나 홀로 활짝 웃고 있는 것이다.

이벤트와 쿠폰으로 현혹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요식업자들과 배달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판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플랫폼 경제’의 진정한 가치가 아니다. 그보단 구시대적 꼼수를 동원해 절대적 지위를 확보한 뒤, 착취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방향에 가깝다.

상생발전을 위한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수수료를 낮춰준다거나,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보다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어야 한다.

가령, 배달의민족에서 통용되는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만들어 적용시키는 것이 있을 수 있다. 해당 암호화폐는 배달의민족의 성장과 함께 그 가치가 오르게 될 것이고, 이를 보유한 요식업자 및 배달노동자들은 그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식업자나 배달노동자들이 배달의민족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배달의민족은 플랫폼을 제공하며 구성원들이 남긴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 및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 ‘데이터’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자원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우버와 비슷한 형태의 이스라엘 운송 플랫폼 업체 ‘라주즈’는 승객들이 자체 암호화폐로 비용을 지불하고, 기사들은 이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는다. 수수료는 없다. 라주즈 플랫폼이 확대돼 라주즈 암호화폐의 가치가 오르면, 기사들도 이익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승객 입장에서도 수수료가 없어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다. 구성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게 되는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배달앱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그 어떤 나라보다 탄탄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과 스마트폰 보급률, 그리고 수많은 음식점과 오랜 배달문화가 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제시하는 것. 배달의민족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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