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가 1분기 적자 폭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이 요원해 보인다. / 바른손이앤에이 홈페이지 갈무리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가 1분기 적자 폭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이 요원해 보인다. / 바른손이앤에이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기생충의 성공에도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단발성 호재를 이어갈 차기작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생충으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 못해서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 후 반등한 주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단물이 빠져나가고 있다.

◇ 부진한 1분기… 게임‧차기작도 깜깜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흥행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1등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100년 역사의 쾌거’를 이룩한 기생충은 대중성까지 겸비해 누적 관객수 864만명을 돌파했다. 봉 감독과 송강호 등 출연 배우들은 물론 배급사와 제작사 등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체에 대한 관심도 식을줄 모르고 있다. 

특히 영화 기생충을 얘기하는 데 있어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는 전에 없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작품을 알아본 선구안을 높게 평가하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달리 관심이 높았던 건 기생충의 제작을 맡은 곳이 CJ나 롯데처럼 대기업이 아닌 대중들에게 다소 낯선 중견 영화 제작사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생충 성공의 후광을 톡톡히 볼 것이란 세간의 예상과 달리 내부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몇 년간 제작한 영화(가려진시간‧희생부활자)들이 기생충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면서 실적이 크게 나빠진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2017년 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 된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해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출발도 비관적이다.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영업손실(60억) 폭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매출은 무려 93% 감소한 8억원에 그쳤다.

◇ 적자에 허덕이는 바른손… 단물 빠진 주가

바른손이앤에이에 따르면 제작사는 제작비와 홍보비 등을 제외한 영화 순이익의 40% 가량을 챙긴다. 20일 기준 기생충의 누적매출액은 739억원. 기생충 총 제작비로 알려진 160억원을 빼면 단순 계산으로 231억원의 이윤이 발생한다. 물론 기생충이 현재 상영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며 금액은 계속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이 워낙 나빠 기생충 한 작품만으로 부진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회사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기생충의 정산 시점이 애매해 반기 때 기생충의 이윤이 반영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면서 “전체 실적을 개선시키는 데 있어 주력인 게임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른손이앤에이 매출의 60% 가량이 게임 부문에서 발생한다. 크게 모바일과 온라인 분야로 나눠지는데 지난해 바른손이앤에이는 모바일 ‘HIT’게임 매출이 줄면서 타격을 입었다. 또 바른손이앤에이는 기생충의 성공을 뒤이을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종속기업인 바른손도 바른손이앤에이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모기업과 마찬가지로 게임 및 영화 제작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바른손은 지난 6년간 실적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800억원에 육박하던 연매출은 1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영화 제작 매출이 줄고 게임 출시 지연으로 영업비용이 커지면서 지난해 적자 폭은 더 커졌다. 3월 결산법인인 바른손의 지난해 잠정실적은 66억원의 매출과 72억원의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은 107억원에 이른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개봉한 추창민 감독의 영화 ‘7년의 밤’은 흥행에 참패했다.

주가도 기생충 효과가 서서히 빠지고 있다. 칸 영화제 초청과 수상이 높게 점쳐졌던 4월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바른손이앤에이의 주가는 5월31일 3,285원으로 급등했다. 두 달 만에 149%가 뛴 것이다. 하지만 이달부터 주가는 꺾이기 시작해 20일 2,140원에 장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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