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산업계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달리 부쩍 커진 것 같다. 일반 소비재를 취급하는 유통은 물론 건설, 제약, 금융 등 산업계 전반에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이 번져나가고 있다.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작은 ‘성의’를 보인 건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좀처럼 환경에 관한 소식을 접할 수 없는 업종이 있으니, 바로 영화관 업계다. 머리를 쥐어짜내 고안한 거창한 정책은 고사하고, 일상에서 임직원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않겠다는 그 흔한 캠페인 조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국내 영화 시장의 90%를 지배하고 있는 3사(CGV‧롯데‧메가박스) 모두 복지부동이다.

영화관 운영 업체들이 환경보호에 소홀하다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최근 기자는 한 환경단체 활동가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커피전문점 실내에서 머그컵 사용을 의무화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활동가는 “환경에 무관심한 업종이 어디냐”는 기자의 물음에 ‘영화관’이라는 답을 내놨다. 스낵 판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영화관 측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자는 제안을 하려 했지만, 접촉 자체가 안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어떻게든 관계자와 접촉하기 위해 유일한 통로인 고객센터에 용건을 남겼지만 어떤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자 역시 대외 창구가 폐쇄적인 기업이나 콜백을 받지 못한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기에 그가 느꼈을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을지 미루어 짐작이 갔다. 기업에 쓴 소리를 하는 걸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낀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영화관이 플랫폼 사업이다 보니 소비재와의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복도 한 켠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인 일회용품들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머그컵 이용이 의무화 되면서 커피 전문점에서 사라진 풍경이 영화관에서는 여전히 연출되고 있다. 영화관에서 배출되는 일회용품이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은 안 되지만 매점 매출을 통해 그 양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업계 1위 CGV는 지난해 매점에서 2,862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티켓 판매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영화관 주 수입원인 광고 수익보다도 2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영화관에서 판매되는 먹거리와 음료가 거의 100% 일회용품에 담겨 판매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에서 환경을 챙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물론 안다. 테이크아웃 개념으로 판매되는 영화관 스낵 코너에서 일회용품 사용은 필수란 반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 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는 거다. 쉽게 지하철 교통카드를 떠올리면 되겠다. 다회용 그릇과 컵에 500원 가량의 보증금을 부여해 음식 가격과 함께 판매하고, 이를 카운터에 돌려주면 환급해 주는 거다.

이외에도 유수의 인재들이 일하고 있는 기업에서 대안을 마련하고자 마음먹는다면 더 좋은 대책은 얼마든지 나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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