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이 자진상폐를 통해 지주사인 부방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 뉴시스
쿠첸이 자진상폐를 통해 지주사인 부방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쿠첸이 4년 만에 친정 복귀를 선언하면서 생활가전 업계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사인 부방의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쿠쿠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정체 빠진 쿠첸… 자진 상폐로 ‘돌파구’

쿠첸이 친정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24일 쿠첸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상장폐지 소식을 알렸다. 이날 쿠첸은 “주식교환을 통하여 (주)부방의 완전 자회사가 됨으로 인한 자진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쿠첸과 부방의 주식교환 비율은 1 대 2.21이다. 쿠첸 주주에겐 보유 주식 1주당 부방 주식 약 2.21주가 지급된다.

쿠첸은 지난 2015년 5월 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규설립된 법인이다. 리홈쿠첸이 지주사인 부방과 사업회사인 쿠첸으로 인적분할 돼 들어섰다. 그해 9월 코스닥시장에 재상장하는 등 독립법인으로서의 노선을 차근차근 걸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쌀 소비가 감소하고 경쟁사인 쿠쿠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등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그룹 차원에서 이번 쿠첸의 자진상폐를 통해 부방 한 곳을 집중해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경영 효율성을 재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향후 사업다각화 등 쿠첸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도 지주사에 편입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첸은 밥솥 시장에서 업계 2위라고는 하지만 최선두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쿠첸 대 쿠쿠와의 시장 점유율은 3대7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2004년 삼성과 LG전자가 철수하면서 국내 밥솥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고 쿠첸은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쿠쿠의 아성을 뛰어넘는 데는 실패했다.

인적분할 된 뒤 쿠첸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도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2016년 2,726억원이던 연매출은 이듬해 2,373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2,234억원까지 내려갔다. 2017년 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한 쿠첸은 지난해 흑자 전환(20억)에 성공했지만, 예년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부방에 편입되는 쿠첸은 R&D 등 신규 투자에서 좀 더 여유로운 위치에 놓이게 된다. 지주사인 부방의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하는 데 있어 유리한 포지션을 취하게 된다. 부방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쿠첸(46억) 보다 2배 많은 108억원에 달한다. 이익잉여금(852억)은 부방이 33배 가량 많다.

이는 향후 IH전기압력보온밥솥을 뒤를 이을 차세대 기술 개발에는 물론, 유아가전과 젖병살균소독기 등 현재 진행 중인 미래 먹거리 부분의 투자에도 쓰일 수 있다. 또 부방은 또 완전 자회사가 된 쿠첸의 새로운 생활가전 카테고리를 만드는 데도 곳간을 풀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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