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대 국세청 정보화사업 수주 과정서 납품비리 혐의 적발
기술력과 기업윤리 모두에서 흠집… 국고 손실까지

지난해 사용자의 정보가 손쉽게 유출되는 오류가 발견됐던 삼성SDS가 개발한 홈택스 개발 과정에서 납품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 네이버 지도
지난해 사용자의 정보가 손쉽게 유출되는 오류가 발견됐던 삼성SDS가 개발한 홈택스 개발 과정에서 납품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간단한 문서 검색 프로그램으로 사용자의 정보가 유출되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던 국세청 홈택스의 개발 과정에서 납품 비리가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국세청 발주를 받아 홈택스를 개발한 삼성SDS는 기술력과 기업 윤리 모두에서 흠집이 나게 됐다.

◇ 구멍 뚫린 삼성SDS 홈택스 

1,400억원대 국세청 정보화 사업 수주 과정에서 납품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삼성SDS 등 관계자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1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따르면 삼성SDS 전직 부장 A·B씨 등 전산업체 임직원 6명이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또 납품업체 관계자 4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전산업체 직원들은 2013~2014년 국세청이 발주한 정보화 통합사업(홈택스, 연말정산간소화)에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중간 업체를 끼워 넣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무임승차’한 업체로부터 이들은 14억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보완 용역’과 같은 명목상 협력 업체가 사업에 추가되면서 정보화 통합사업 납품 단가가 부풀려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SDS 직원들이 대규모 사업의 경우 발주 기관이 세부 원가까지 꼼꼼하게 검증하기 어렵다는 구조를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부품 및 장비를 적정가 보다 싸게 넘겨주는 대가로 거래 상대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납품업체 관계자 4명도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전직 직원들이 정부 발주 사업에서 납품 비리를 저질러 국고에 손실을 입힌 정황이 드러나면서 삼성SDS도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의 행위가 불법적으로 자행됐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면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사업 분야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SDS의 명성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덕성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생채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SDS가 개발한 국세청 홈택스는 지난 2016년 사용자 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치명적인 오류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유발했다. 국내 중소 IT업체가 만든 문서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손쉽게 사용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검색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세청은 홈택스의 허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 수습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 업체인 삼성SDS는 천문학적 혈세가 투입된 정부 발주 정보화 사업에서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 지적을 받고서야 서둘러 보완에 착수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이번에 납품 비리 혐의로 적발된 전직 직원들은 5년 전 퇴사하신 분들로,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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