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가영 기자  게임업계의 ‘대목’으로 불리는 여름 방학과 휴가가 다가오면서 게임사들이 앞 다퉈 신작을 쏟아내고 있다. 덕분에 담당기자의 6~7월 취재 다이어리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정이 빼곡하다. 기자간담회, 미디어 쇼케이스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신작 계획을 발표하고 소개하는 자리가 줄을 이어서다.

여러 곳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올 여름을 시작으로 하반기 그다지 기대되는 게임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 선도업체인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 그렇고 다른 업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 최근 열린 한 게임사 미디어 행사는 그야말로 ‘고인물 대잔치’였다. 이날 선보인 하반기 신작 게임 가운데, 대부분이 기존의 인기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에 불과했다. 신작은 2종에 그쳤다. 

오죽하면 이날 행사에 참여한 다른 매체 기자는 “올초 발표했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써도 될 지경”이라며 “‘ 새로운 게임이 없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물론 매번 신작을 내놓기 어려운 게임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만난 한 게임사 홍보 관계자는 “게임은 하나 개발하는데 시간도 상당수 걸리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내놔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리스크가 크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렵지 않게 흥행이 예상되는 자사의 대표 IP를 사용하거나, 인기가 많은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장르의 게임 개발에 그치는 식이다. 신작을 신작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 당장 수익을 내는 데는 무리가 없겠지만 신규 IP로 무장한 중국산 게임들이 앞다퉈 치고 올라오는 상황인 만큼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유명 IP를 활용하고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게임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IP를 꾸준히,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하는데도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복되는 IP 우려먹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은 기자 한사람뿐만이 아니다.

게임질병코드 등 악재가 산재한 상황이지만 게임사들이 더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 개발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를 늘리고, 신규 IP를 확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한다. 위기야 말로 기회다. 게임산업 전반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게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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