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서거 25주년 주석단 인사 및 자리배치 현황. /노동신문-뉴시스.
김일성 서거 25주년 주석단 인사 및 자리배치 현황.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일성 서거 25주기 기념행사에서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부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에 파악된 서열과 달리 주석단 자리 배치상 상당한 고위직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여정의 서열이 9~10번째로 올랐으며, 처음 주석단에 자리한 최선희 부부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9일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에 실린 주석단 사진을 살펴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바로 오른편과 왼편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이어 김재룡 내각총리, 리만건 당조직지도부장, 박광호 당선전선동부장, 리수용 당국제부장, 김평해 당간부부장이 좌우 측에 순서대로 배치됐다.

서열대로라면 최휘 당부위원장이 있어야할 자리를 김여정 부부장이 차지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왼편 네 번째 자리였다. 이전에도 김 부부장이 주석단에 앉은 적은 있지만 10위권 내 좌석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김 부부장의 권력과 위상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이를 방증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 김여정 서열상승설 해석분분

하지만 통일부는 판단을 유보했다. 일단 김 부부장의 직책상 변화가 없고, 주석단 자리 배치만을 근거로 서열이 상승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며 “(의전만 가지고) 위상을 평가한다는 게 조심스럽다”고 했다. 실제 노동신문의 주석단 인사 호명 순서를 보면, 자리 배치 순서와 달리 김 부부장은 21번째에 언급됐다. 김일성 서거 기념행사인 만큼 손녀인 김 부부장의 자리를 특별히 배려했다는 얘기가 오히려 설득력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북한의 행사 자리배치나 호명순서는 권력서열 분석의 토대가 돼 왔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는 조금 차이점이 보인다”며 “국가행사 또는 기념일 자리배치가 반드시 특정 형식을 갖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리설주 참석행사나 김씨 로열패밀리 행사 등 행사의 성격마다 (자리배치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최선희 부부장의 주석단 합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직책상으로는 차관급이지만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 부부장이 대미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감안한 자리배치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자리배치를 통해 확인되는 김정은 시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군부’의 영향력 하락이다. 인민군 최고위급인 김수길 총정치국장의 자리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최부일 인민보안상 사이였다. 노동신문의 호명 순서를 권력서열이라고 친다면 14~18위 정도로 유추해볼 수 있다. 리영길 총참모장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리룡남 내각부총리 사이였는데 서열로는 19~24위 수준이다. 인민군 핵심 수뇌부가 자리 배치상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셈이다.

양 교수는 이와 관련해 “행사의 성격마다 (자리배치는) 다를 수 있다. 과학자 대회 등은 과학자들을 먼저 앉히고, 또 군 관련 행사에서는 서열과 상관없이 군사 원로들을 앞에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지금 김정은은 선당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정중심으로 자리를 배열하고 군은 자제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별히 군과 관련된 행사에서만 군을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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