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이 불거지며 ‘일본기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롯데그룹은 최근 한일관계 경색으로 또 다시 ‘일본기업’ 지적을 마주하고 있다. /롯데지주
‘형제의 난’이 불거지며 ‘일본기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롯데그룹은 최근 한일관계 경색으로 또 다시 ‘일본기업’ 지적을 마주하고 있다. /롯데지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국내에서는 반일감정 및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일본기업’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던 롯데그룹을 향해서도 다시금 ‘일본 꼬리표’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2015년 이른바 ‘형제의 난’이 불거지며 ‘일본기업’ 논란과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롯데그룹은 이후 대대적인 개선 및 혁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렇다면, 2019년의 롯데그룹을 향해 제기되는 ‘일본기업’ 꼬리표는 과연 합당한지 진단해본다.

◇ 롯데 향했던 ‘일본기업’ 딱지, 한일관계 경색에 다시 고개

먼저, 롯데그룹과 일본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젊은 시절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를 일으킨 뒤 한국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롯데의 출발점이 일본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일본에서 태어났으며 40대가 돼서야 한국 국적을 재취득했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우 여전히 국적이 일본이며,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이러한 배경은 이미 2015년 당시 지적된 것이자, 달라질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오너일가가 양국 사이에서 특수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 롯데그룹을 ‘일본기업’이라 칭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롯데그룹이 ‘일본기업’ 지적을 받은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지배구조다. 당시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배구조 최정점엔 호텔롯데가 있었고, 비상장사인 호텔롯데의 지분은 모두 일본 롯데 측이 쥐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측의 지배를 받고 있다거나,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롯데는 한국에서 돈을 벌고 세금을 내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지만, 이 같은 지배구조는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는 오너일가의 특수한 배경과 달리 개선이 가능하고, 필요한 영역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당시 대대적인 개선 및 혁신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2019년 지금의 롯데그룹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일본기업’이란 지적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까.

2015년과 2019년 현재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구조 비교. /시사위크
2015년과 2019년 현재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구조 비교. /시사위크

현재 롯데그룹의 국내 계열사는 95개에 달한다. 그리고 지배구조 정점엔 지주사 롯데지주가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주요 상장사를 비롯한 대다수 계열사들에 대해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이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해 본인이 11.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74.94%에 달한다.

다만, 여기엔 일본 롯데 측 지분으로 볼 수 있는 것도 포함돼있다. 호텔롯데(11.04%), 부산롯데호텔(0.93%), 롯데알미늄(5.05%)을 비롯해 일본의 L제2투자회사(1.46%), L제12투자회사(0.78%), 롯데홀딩스(2.47%) 등 21.73%가 일본 영향권에 있는 지분으로 파악된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L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들이 지분 99%를 보유 중이며, 나머진 호텔롯데 자기주식과 부산롯데호텔 지분이다. 부산롯데호텔도 지분 100%를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롯데알미늄도 광윤사와 L투자회사,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등 일본 영향권에 있는 계열사들이 사실상 100%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처럼 지배구조상 일본 계열사 아래 있는 세 계열사는 다시 일부 국내 계열사들에 대해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주사에 포함될 수 없는 금융계열사를 비롯해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건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이지만, 최대주주 측 지분 53.55% 중 30.02%가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이다. 이렇게 일본 롯데 영향력이 큰 국내 계열사는 총 19개로 파악된다.

여전히 국내 롯데그룹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정점엔 롯데홀딩스, 그리고 광윤사가 있다. 롯데홀딩스의 경우 각 L투자회사들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주목할 점은 롯데홀딩스가 신동빈 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는 점이다.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0%), 미도리상사·롯데그린서비스·패밀리 등 관계사(13.9%), 롯데재단(0.2%), LSI(10.7%·의결권 없음), 신동빈 회장(4.0%),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1.6%), 신격호 명예회장(0.4%), 가족 및 기타(7.3%) 등이다.

롯데홀딩스 지분이 가장 많은 광윤사의 지분구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 중인 가운데, 신동빈 회장 38.0%, 두 사람의 모친 10.0%, 신격호 회장 0.8%, 롯데재단 0.4%로 분포돼있다.

이러한 지분구조 속에서 신동빈 회장은 꾸준히 롯데홀딩스 우호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왔다. 광윤사 지분을 등에 업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늘 방어에 성공한 이유다. 심지어 신동빈 회장은 옥중에 있던 지난해 6월에도 자신을 향해 제기된 해임안을 방어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비롯해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이 높은 국내 계열사들도 결국은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 아래 놓여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롯데그룹(롯데지주)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의 모든 국내 계열사가 신동빈 회장 및 롯데지주 지배 아래 놓여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일본기업’ 꼬리표를 보다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지속 추진 중이다. 또한 지주사 체제로는 품을 수 없는 금융계열사의 경우 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남아있는 일본 지분까지 희석된다면 롯데그룹을 향해 ‘일본기업’이란 지적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앞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기소돼 재판과 처벌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등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도 성실히 임했다. 범죄 자체는 잘못된 것이지만, 롯데그룹과 오너일가가 한국법 아래 놓여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롯데그룹은 2017년 중국발 사드보복 사태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기업으로 꼽힌다. 중국발 반한감정의 타깃이 됐던 기업이 다시 한국발 반일감정의 타깃이 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지나치게 가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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