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와 무신사가 위기 속 상반된 대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전 상무와 무신사 인스타그램 캡쳐
임블리와 무신사가 위기 속 상반된 대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전 상무와 무신사 인스타그램 캡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온라인 쇼핑몰 업계를 대표하는 두 업체가 현격히 다른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 남다른 주목도와 인지도를 가진 무신사와 임블리가 그 주인공들. 이른바 ‘곰팡이 호박죽’ 사태를 맞은 임블리는 기자회견을 열고도 임지현 전 상무의 불참으로 역풍을 맞은 반면,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 무신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며 여론을 달래는 데 전력해 온 임블리가 사면초가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임블리 측이 제기한 ‘인스타그램 안티 계정을 폐쇄하고 관련 게시글을 삭제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지난 15일 법원이 기각하면서 난처한 지경에 몰리게 됐다. 자신들에게 불편한 존재인 안티 계정을 법의 이름을 빌려 ‘정리’하려 한 임블리가 소비자기본권 마저 존중하지 않는 업체라는 오명만 더하게 된 것이다.

임블리는 자사 제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던 초반부터 미숙한 대응으로 사태를 확산시켰다. 회사의 얼굴인 임지현 전 상무는 제대로 된 해명보다 회사와 자신을 비판하는 SNS 댓글을 삭제하는 등 ‘아마추어’ 사업가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소비자들의 화를 키웠다. 중견기업에 버금가는 규모로 회사가 성장했지만 임지현 전 상무의 인식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이름 꽤나 날리던 소싯적 쇼핑몰 사장에 머물고 있는 듯 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도 오히려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정작 임지현 전 상무가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 재차 역풍을 맞았다. 또한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임지현 전 상무가 인플루언서로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향후 계획을 밝히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런 가운데서 눈엣 가시와 같은 안티 계정을 정리하려던 계획까지 뒤틀리며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반면 ‘인터넷 편집숍 신화’ 무신사는 임블리와 사뭇 대조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000억 매출을 돌파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려온 무신사는 최근 국민 감정을 거스르는 홍보 활동으로 거센 뭇매를 맞았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 카피(‘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를 사용하다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불매 운동 움직임이 보이자 일각에서는 ‘제2의 임블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직면한 무신사는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 비판이 일자 당일 게시물을 삭제하고 세 차례에 걸쳐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부터 사후 조치 진행 상황을 외부에 공개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사과’와 ‘추후 검수 과정 개선’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졌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속한다. 나아가 무신사는 EBS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에게 근현대사 민주화운동을 공부시키는 참신하면서도 진정성이 가미된 수습책을 내놨다. 이에 임블리 사태 때와는 달리 무신사를 응원한다는 댓글이 이어지며 논란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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