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게임사 최초로 R&D 조직 꾸려
"엔씨의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도구"

/ 사진=이가영 기자
18일 판교 엔씨소프트R&D센터에서 열린 ‘NC AI 미디어토크’ 행사에서 이재준 AI 센터장(왼쪽)과 장정선 NLP 센터장(오른쪽)이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 사진=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게임회사로 잘 알려진 엔씨소프트가 최근 AI(인공지능) 분야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나서 관련 업무를 지시하는 등 신산업먹거리로 낙점,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 

18일 판교 엔씨소프트R&D센터에서 열린 ‘NC AI 미디어토크’ 행사에서 이재준 AI센터장은 “윤송이 사장님이 미국으로 가시고 나서 김택진 대표가 방향성을 이끌었다. 함께 굉장히 많은 디스커션(논의)를 했다. 이전까지는 대표이사와 이런 디스커션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본적 없다. 처음에 왔을 때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게임 내 AI 활용 등에 대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다”고 전했다.  

AI분야에서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남다르다. 지난 5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 기업인들을 초청해 만찬을 진행하는 자리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초대된 것. 이날 두 사람은 AI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AI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시작했다. 이에 지난 2011년 AI를 차세대 핵심기술로 선정하고 R&D(연구개발) 조직을 꾸렸다. 현재 대표 직속 조직으로 게임AI와 스피치, 비전AI를 연구하는 AI센터와 언어 AI, 지식 AI를 연구하는 자연어처리(NLP)센터 등 총 2개의 센터 5개의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기 1명에 불과하던 관련 연구 인력은 점점 더 확대돼 최근엔 150명 규모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GDC 2019’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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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AI 사업 비전에 대한 설명. / 사진=이가영 기자

엔씨는 AI 기술로 더 재미있고, 사용하기 편하며 가치 있는 게임·IT 등 다방면의 상품·제품·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개별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엔지니어랑 기술 개발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단기 성과 위주 개선보다는 중장기적 투자와 R&D로 기술을 통한 혁신을 추구한다. 또한, 현업 부서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한 공유·소통·교류·협력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개발팀 등 관련 부서와 문제 초반부터 함께 접근하고 고민하는 체계다. 고립되지 않는 만큼 실제 회사의 일과 거리감도 없는 편이다. 

엔씨소프트는 AI를 활용해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거나, 기존 기능을 새롭게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비스중인 라이브 게임은 물론 신규 개발 중인 게임에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것. 동시에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사용자에게 적절하게 전달하는 형태의 새로운 정보 서비스도 시도하고 있다. 

‘게임 AI랩’에서 개발하고 있는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이 대표적이다. 음성에 맞춰 캐릭터 표정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수작업으로 하면 1분짜리 대화에 필요한 표정을 그리는 데 하루가 걸리지만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연내 ‘리니지M’ 도입을 목표로 한 ‘보이스 커맨드’ 기능도 AI 기술의 집약체다. ‘보이스 커맨드’ 기술은 말 그대로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목소리로 전투, 사냥, 던전 입장, 아이템 구매 등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어시스턴스’ 같은 AI를 게임 내 탑재해 진행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해당 기술이 완전히 도입될 경우 손 대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 엔씨소프트 유튜브 채널의 '보이스커맨드' 영상 갈무리
‘보이스 커맨드’이 도입될 경우 손 대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 엔씨소프트 유튜브 채널의 '보이스커맨드' 영상 갈무리

엔씨는 게임 뿐 아니라 다방면에 AI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연구개발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AI 분야 대학원 연구실 13곳과 연구협력을 맺는 등 산학협력 통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연어처리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임해창 전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를 자문교수로 영업하는가 하면, 올해 1월에 열린 ‘NC AI데이 2019’에는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등 13개교, 30개 AI 관련 연구실 연구진 등 총 360여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인텔코리아와 양사 기술 협업 및 공동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인텔코리아와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AI 그래픽스’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재준 센터장은 엔씨소프트의 AI 연구 성과와 관련한 질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며 “개선과 혁신의 측면에서 봐주시면 좋겠다. 개선이라고 하는 것은 몇 배 좋아지는 것, 혁신이 몇 십 배 좋아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저희는 혁신을 지향하고,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막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등 싹을 틔우기 시작했는데 ‘열매를 내놔라’ 보다는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고 어려움에 공감해주시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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