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우려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우려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탓이다. 기업의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우려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 “거래도 없는데”… D램·낸드 ‘급등’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 결정 이후 약 3주가 지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애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에 한해 수출 우대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반도체 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기준)의 현물 거래가는 22일 기준 3.736달러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5일(3.03달러) 대비 23.3% 급등했다. 

또 다른 D램(DDR3 4Gb) 역시 지난주 종가가 1.78달러로 오르며, 최근 일주일간 11.3% 상승했다. 저점 대비 25.4% 상승한 셈이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낸드(256Gb MLC 기준) 현물 거래가는 22일 기준 8.88달러로, 전주 대비 4.9% 상승했다.

22일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낸드 가격은 거래량이 많지 않았지만 2주 연속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의 현물가격 상승은 한일간 갈등으로 인한 불안 심리와 일부 모듈 업체들의 투기적 거래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 가치 사슬 교란, 전 세계에 악영향

업계에서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재고 수준 고려하면 메모리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까지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진 바 있다. 특히, D램 가격의 경우 올 들어 30%가 넘게 떨어지는 등 최근 5년 사이 가장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 갈등 불안감이 매수 문의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현물시장 딜러들이 호가를 조정하면서 현물시장에 노이즈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가치 사슬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대표적으로는 중국 화웨이, 미국 애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일본의 경제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대 70%를 점유하고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불화수소 제한 등은 한국 기업의 칩 제조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중국의 화웨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역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타격이 글로벌 산업에 미칠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공급 상황과 납품 차질 가능성을 지속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ABC뉴스 등 다수의 외신은 “완제품을 사고파는 산업과 달리 반도체 산업은 상호의존적”이라며 “PC, 스마트폰 등 글로벌 공급망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국 등 한국 반도체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국가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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