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은 전범기업이란 지적과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
닛산은 전범기업이란 지적과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국내에서는 반일감정 및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양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참의원선거를 승리로 장식하며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 불매운동 대상 기업들은 점점 더 좌불안석이다. 특히 단순히 국민적 반일감정 고조에 그쳤던 과거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국 정부 및 정부관계자들이 실질적인 조치와 날선 비판을 내놓으며 충돌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들은 대표적인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돼 난처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중에서도 닛산은 ‘전범기업’이란 지적까지 받으며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닛산은 당초 지난 16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신형 알티마 미디어 시승 행사까지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전범기업이란 오명을 쓴 일본기업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받고 있거나, 다소 지나친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닛산을 향한 전범기업 지적은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닛산을 향해 전범기업 지적의 배경으로는 중대 전범기업을 전신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전투기를 만든 타치가와비행기와 강제징용을 저지른 일본국제항공공업이 닛산의 뿌리라는 지적이다. 또한 닛산은 2차대전 이후 어려움을 겪다 6·25 전쟁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반일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여러모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이처럼 전범기업이란 지적에 대해 닛산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닛산 측 관계자는 전범기업이란 지적의 사실여부 및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내부 정책상 정치적인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어떠한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논란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 진출한 또 다른 일본기업의 관계자는 “여러모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떠한 답변도 내놓기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전범기업이란 지적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어렵고, 사실이라면 더욱 난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하기엔 여러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제기된다. 닛산 자동차를 소유 중인 A(31) 씨는 “차량 자체만 보고 구매를 결정했는데, 요즘은 도로에 몰고 다니기가 껄끄럽다”며 “차라리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 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닛산 측은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여파에 대해서도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만 전했다. 다만, 주력 모델 신형 알티마 출시와 겹쳐 찾아든 악재로 인해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려워지는 등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