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가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돌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안성기가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돌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무려 62년이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중 대중과 만난 시간. 그 시간 동안 안 해본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역할과 작품을 소화했고, 유수의 영화제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만 수십 개다.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만으로 그가 걸어온 길을 설명할 수 있을까. ‘대배우’ 안성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배우 안성기가 오랜만에 상업영화로 관객과의 만남을 두고 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를 통해서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안성기는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신부로 분한다. 앞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사자’ 속 안성기는 구마 의식부터 라틴어 대사, 액션 연기까지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통해 구마 사제 안신부로 완벽 변신,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안성기는 1957년 다섯 살의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에 출연, 아역배우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데뷔 62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약 1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여전히 열정 넘치는 ‘영화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가 쌓아온 내공은 그야말로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힘으로는 격차를 줄이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감히 누가 그의 앞에서 한국영화에 대해, 또 그의 연기에 대해 논할 수 있으랴. 그러나 안성기는 매 작품 안주가 아닌 도전을 택했고, 항상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왔다. 그가 ‘롱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성기가 ‘사자’ 개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안성기가 ‘사자’ 개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로 만난 안성기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온화한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유쾌한 입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넘치는 인간미는 덤이다. 그와 함께한 1시간은 ‘힐링’ 그 자체였다.

-오랜만의 인터뷰인데, 힘들진 않나. (영화 ‘사냥’(2016)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촬영하는 것보다 힘든 것 같다. 하하.” 

-‘사자’를 택한 이유는.
“큰 영화로 많은 관객과 만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기대되고, 개봉이 기다려진다.”

-안 해본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작품을 소화했는데, 그럼에도 ‘사자’는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퇴마록’(1998)에서 신부 역은 했는데, (‘사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서 완전히 새로운 역할 같은 느낌이었다. ‘사자’에서 안신부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답이 없었다. 구마 의식에 대해서 찾아보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어떻게 이용해야겠다는 건 없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김주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표현해나가는 방법을 결정했다. 잘 나온 것 같다. 처음 라틴어를 배울 때 기도문처럼 조용하고 진지하게 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용후가 힘으로 몰아붙이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 몰아붙이듯 라틴어를 했다. 악령과 싸우듯 라틴어로 액션을 했다.”

-안신부가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해서 더 매력이 있었다.
“안신부가 구마 의식을 할 때는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지만 평소에는 인간적일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막상 하고 보니 유머가 있는 사람이 됐더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무서운 영화들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가는데, 이 영화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긴장했다가 풀리고 또 다음을 위해서 준비한 것 같은 포맷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본인의 과거와 비교해서 요즘 배우들은 어떻던가.
“나는 아마추어였다면 요즘 친구들은 ‘프로’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아마추어 정신’이 있었다. 하하. 요즘 배우들은 액션을 위해 철저히 훈련을 하고 시간을 굉장히 많이 투자하고 준비해서 현장에서는 바로 해내더라. 진도가 굉장히 빨리 나가는 느낌이었다. 촬영 시간도 정확히 지켜가면서 철저하고 집중력 있게 하더라. 그런 부분이 예전과 많이 달랐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오고, 굉장히 잘 하더라.”

안성기가 한국영화 100년을 되돌아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안성기가 한국영화 100년을 되돌아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 영화가 시작됐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우리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전쟁 후라 힘들었을 거다. 다행히 우리 국민들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렇고 정말 고마운 일이다. 6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가 사회가 변하면서 (영화가) 억압도 많이 받고 이용도 많이 당했다.

이후에는 사랑 영화가 많았다. 영화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대였는데, 90년대 들어와서 영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고, 또 자본의 크기도 점점 커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 스크린쿼터 운동도 하고, 세계적으로 대드는 나라가 우리나라뿐이었을 거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의 자생력도 생겼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것도 우리 영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여러 변화를 거쳐서 지금까지 온 한국 영화다. ‘기생충’이 정점을 찍지 않았나.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이냐에 대한 것도 우리의 숙제이긴 하지만, 어려운 시대를 지나왔던 선배 영화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갖는 마음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영화를 지키고 쭉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결된 게 아닌가라는 의미에서 옛것에 대한 고마움을 갖는 100주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중 62년을 함께 했다.
“어렸을 때는 그냥 데려다 시키니까 하라는 대로 했다. 잘 한다고 하니까 엄마가 신나서 시킨 거다. 그것이 소문이 나서 연결이 되고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영화 두 편을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10년 정도 떠나 있게 됐다. 다시 돌아올 때 영화라는 곳이 굉장히 좋은 곳이구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했기 때문에 쉬웠다. 아예 신인이었다면 어려웠을 텐데, 10년을 쉬어서 아역에 대한 고정 관념 이미지를 지울 수 있었다. 다행히 시작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이장호 감독을 만나서 영화를 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해오고 있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변함없이 꾸밈없이 애정을 가져주시고 관심을 주신 분들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안성기가 계속 영화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안성기가 계속 영화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떤 현장을 가든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대선배다.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감독이 무조건 최고다, 감독의 말을 따른다’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모든 결정은 감독이 하고 나는 의견만 내는 것뿐이다. 생각도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미심쩍으면 감독과 계속 대화한다. 그렇게 하면 어려워하지 않는다. 자세를 낮춰야 한다. 박서준하고도 바로 ‘선배’로 호칭을 정리했다. 박서준도 굉장히 편해했다. 자신이 만들어나가야 될 부분이다. 절대다수에게 나한테 맞추라고 하면 힘들다. 내가 내려가서 젊은 사람들에게 맞춰야 한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다. 나는 계속 나이가 들어가고, 젊은 사람들과 계속 함께 작업하지 않겠나.”

-봉사나 기부 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런 활동들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의미라기보다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정말 너무 감사하다. 오히려 그런 것(봉사·기부)이 너무 자잘할 수 있는 거다. 내가 주도적으로 한다기보다 참여할 수 있으면 힘을 합친다는 의미로 하고 있다.”

-꿈이 있나.
“계속 영화를 하는 커다란 꿈이 있다. (배우는) 정년이 없지 않나. 스스로 힘들거나 관객이 원하지 않을 때까지 가는 것이 숙제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에너지를 갖고 하고 싶은 생각이다. 나이가 어리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영화들이 있지 않나. 배우로서 그런 매력을 가져가야 할 것 같다. 내가 하는 것에 따라 조금 더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와 체력과 힘을 계속 간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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