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출퇴근 편의 증진과 광역버스 입석 문제 해소를 위해 도입한 2층버스의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정류장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있는 8601A번 버스의 모습./서종규 기자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경기도가 출퇴근 편의 증진과 광역버스 ‘입석’ 문제 해소를 위해 도입한 2층 광역버스의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현재 2층 광역버스는 47개 노선, 25개 업체에서 총 193대가 운행 중이다. 경기도는 올해 안에 2층버스 대수를 220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2층버스의 보급은 확대되고 있지만, 안전 규정 마련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 결과, 2층버스 운행의 안전과 사고 조치 등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고, 이와 관련된 법안 발의의 움직임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 인구 증가로 인한 수요 증가… 2층 광역버스 탄생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기도 인구수는 지난 2015년 1,252만명을 기록한 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달 기준 1,315만명으로 늘었다. 반면 서울 인구수는 2015년 1,002만명에서 이듬해에는 900만명대로 하락했고, 지난달 기준 975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2014년 수원과 사당을 잇는 시범운행에 나선 7770번 버스./경기도청 홈페이지 갈무리

수도권 인구 이동으로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인구가 늘면서 교통 혼잡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경기도는 대중교통 혼잡을 줄이고자 2층버스 도입을 추진했다. 경기도는 2014년 12월 △수원-사당 △남양주-잠실 △김포-서울역 광역버스 노선을 대상으로 2층버스 도입 적합성 검증을 위한 시범 운행을 거친 후 이듬해 10월 남양주와 김포에서 본격 운행을 시작했다.

경기도는 2층버스 차량 구매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2층버스 한 대의 가격은 평균 4억8,000만원 가량. 이중 경기도청과 각 지자체가 각각 1억6,000만원씩 총 3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 2배 많은 좌석, 큰 차체… 운행 시 주의 요소↑

2층버스는 기존 광역버스 대비 30여석이 많은 70여석의 좌석으로 운행된다. 차체 또한 기존 버스 대비 80cm 가량 높다. 경기도청 2층버스 표준모델 기준안에 따르면 경기도 2층버스의 높이는 4m 이하이며 1층의 높이는 1m80cm, 2층의 높이는 1m68cm다.

지역, 노선마다 입석의 허가 여부가 다르지만, 입석으로 10여명의 승객이 추가로 탑승했을 경우 2층버스는 총 8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게 된다. 많은 승객들을 태우고 운행되는 만큼 사고 위험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2층버스의 2층에서 촬영한 가로수. 실제 가로수가 유리창에 긁히면서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서종규 기자

더욱이 2층버스의 경우, 차고(車高)가 높은 만큼 운행상 까다로운 요소가 많다고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1층 버스와 비교해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연구원은 2017년 발간한 ‘경기도 2층버스 차내 서비스 모니터링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2층버스 운전 시 시야가 좁고 운전에 장애 요인이 많아 사고 위험성이 일반 광역버스보다 높을 수 있다”며 “1층 운전석에서 운전하기 때문에 2층 차실이 도로상의 장애물과 추돌할 수 있음을 인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층 버스가 구조물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고가도로 일대에선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세 차례 사고가 있었다. 차체가 높은 2층버스가 고가 다리를 통과하다가 버스 지붕이 교각에 끼인 것이다. 당시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를 낸 기사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1층버스를 모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입 초창기 운수업체들은 2층버스 전문 기사가 없다보니 기존 1층버스 기사에 대한 견습을 진행한 후 운행에 투입했다. 다만 현재 2층버스의 기사는 1층버스를 운행하지 않고, 2층버스만 운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2층버스의 경우, 운전기사의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개 노선 총 46대의 2층버스를 운행 중인 김포시에 따르면 김포시 2층버스 운행 기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14년이다. 다만 2층버스에 대한 운행 경험은 길지 않은 형편이다. 안전 운행 교육과 철저한 점검이 요구되는 이유다.

◇ 2층버스 별도 안전규정 미미

하지만 2층버스 안전에 관련한 별도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층버스는 기존의 여객운수사업법상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현행 여객운수사업법에는 운송 사업자 준수사항, 운전종사자 교육, 사고 발생 시 이뤄져야 하는 조치 등이 담겨 있다. 해당 법은 2층버스와 1층버스를 구분하지 않는다.

2층버스와 관련된 별도 규정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만 확인된다. 해당 규칙에는 2층버스의 정의를 포함해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보호시설을 갖출 것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계단의 각 수직면은 막혀있을 것 △위층 앞면 창유리 방향으로 설치되는 1열 좌석 앞부분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보호시설을 갖출 것 등의 규정만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2층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교육 강화, 노선·안전점검의 정례화 등 세부화된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1층버스 대비 다수의 승객을 태우고 운행되는 만큼 보다 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청 공공버스과가 발간한 경기도 2층버스 안전관리 매뉴얼에 명시돼 있는 2층버스 안전관리 체계./경기도청

경기도와 관계 부처의 생각은 어떨까. 이와 관련 경기도청 공공버스과 관계자는 “관련 법안은 없지만, 세이프티도어(출입문이 닫히기 전 차가 출발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와 긴급제동 장치, 이탈 경고 장치를 비롯 주변 시야 감시와 외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9대의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며 “비정기적이지만 안전점검과 노선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고, 2층버스 운전기사들에 대한 교육 여부도 확인하고 있으며 도내의 안전관리 매뉴얼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을 위한 장치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2층버스와 관련된 구체적인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선, 구조 등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사안으로, 사고 당시에도 구조물을 변경할 수 없어 지자체 협의 하에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보였다.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하는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2층버스 안전 관련 법안은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해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김포 을)이 발의한 ‘2층버스 보급 확대를 위한 국비 지원 법안’만이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을 뿐이다.

다만 홍철호 의원실 측은 안전 규정 마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보였다. 홍철호 의원실 관계자는 “안전과 관련한 법률 마련의 공감대가 미비한 듯 하다”면서 “2층버스는 안전이 담보된 상황에서 운행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선진국 대비 안전기준 약해”… 대중교통 환경 수준 높여야

2층버스 국산화 필요성도 거론된다. 현재 국내 2층버스 차량은 해외 완성차 업체인 '볼보‘사와 ’만트럭‘사의 차량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2층 전기버스를 공개했지만, 현재 국내 도입 여부는 검토 중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해외 차량이 국내 교통 구조물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비, 관리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김채만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2층버스가 국산화된다면 정비,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도입 당시부터 해외 차량 도입의 리스크가 있었지만,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2층버스가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차량을 사용하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청 공공버스과 관계자는 “현재 2층버스는 한국형으로 해외에 주문해서 제작한 버스”라며 “국내에서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도록 자동차 관리법에 맞게 제작된 후 도입된다”고 말했다.

2층버스가 원활하게 운행되기 위해선 국내 대중교통의 선진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채만 연구위원은 “나라별로 안전기준이 다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안전기준이 다소 약하다”며 “2층버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보다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 환경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2층버스가 지난 사고 후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운행되고 있지만, 가로수, 고가차로 등 시설물 등이 2층버스가 운행되기에 부적합한 부분도 존재한다”며 “수요에 맞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입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대중교통의 제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평가했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부원장은 “안전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알고 있다”면서도 “운행 전에 이뤄지는 조치와 점검들을 재차 되돌아보고, 되짚어보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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