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수입차협회 가입 추진에 나섰다. /뉴시스
한국지엠이 수입차협회 가입 추진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이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위치선정’에 변화를 주고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장점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새로운 ‘포지셔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한국지엠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수입차협회)에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입차협회는 벤츠, BMW, 포드, 토요타 등 주요 대다수 수입차브랜드들이 가입해있는 협회다.

한국지엠이 수입차협회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입방식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출시 당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플래그십 모델 임팔라를 비롯해 스포츠카 카마로, 전기차 볼트EV, SUV 이쿼녹스 등이 수입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경상용차인 다마스·라보를 제외하면, 국내생산 모델은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등 3종이다. 승용부문은 이미 수입방식 판매 모델이 더 많다.

여기에 한국지엠은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역시 모두 수입방식으로 판매된다. 수입방식 판매 모델이 6종으로 늘어나며, 승용부문에서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올란도, 크루즈, 캡티바 등 국내생산 모델들이 줄줄이 사라진 가운데, 수입판매 방식이 늘어나며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지엠이 수입방식으로 판매하는 모델들은 대부분 해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모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선정이 이뤄지다보니 평가절하 되는 측면이 있었다. 원칙대로 따지면 수입차이고 가격대도 국산차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데, 국산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수입차가 지니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놓치면서 가격경쟁력도 잃게 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의 수입차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차협회에 가입하는 묘수를 뒀다.

물론 국내에서도 생산 및 연구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산차로서의 입지도 계속 가져간다. 수입방식 판매가 종류는 더 많지만, 판매실적에서는 여전히 국내생산 비중이 90%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이에 한국지엠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 자격을 계속 유지하며 수입차협회 가입을 병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향해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심화된 한국지엠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수입차협회에 가입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곧장 수입차로 여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먹튀 논란’을 또 다시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수입방식 판매가 결정될 때마다 ‘먹튀 의혹’을 제기하며 꾸준히 반발해왔다. 이런 가운데, 대놓고 수입차협회까지 가입하게 되면 ‘한국지엠의 판매기지화’ 논란은 그 불씨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지엠의 이 같은 행보는 결과를 통해 평가될 전망이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장점을 모두 잡게 된다면 새로운 도약도 가능하다. 반면, 더욱 애매한 곳에 위치하며 단점과 논란만 부각될 여지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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