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동을 요구했다가 외면 당한 KCGI가 손해배상청구 요구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동을 요구했다가 외면 당한 KCGI가 손해배상청구 요구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KCGI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오너일가를 향해 회동을 요구했다가 외면당한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소송 제기 카드를 꺼내들며 다시 공세에 돌입한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KCGI는 지난달 25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조현민 전무를 향해 회동을 공개 요청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한진그룹에 대한 KCGI의 일부 소송 취하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온 깜짝 요청이었다.

KCGI는 회동을 통해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경영위기 대응 전략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한진그룹이 제시했던 중장기 비전 및 경영 발전 방안의 이행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자신들이 제시한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대한 한진그룹 오너일가 측 입장도 듣고자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회동 요구에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전무는 응하지 않았다. KCGI 측은 이달 2일까지 회동 요구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에 KCGI 측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한진칼 경영 개선을 위한 설득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회동 요구를 외면당한 KCGI는 다시 공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KCGI는 지난 8일 한진칼 측에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대표이사, 그리고 전현직 사외이사 3명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해 12월 한진칼 이사들은 독립적인 감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로 인해 한진칼이 이자비용 등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진칼은 지난해 12월 차입금 상환자금 및 운영자금 확보를 이유로 단기차입금을 1,600억원 늘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KCGI의 감사 선임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단기차입금을 통해 자산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늘려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감사 선임은 이른바 ‘3%룰’이 적용되며 KCGI는 지난해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 선임을 시도한 바 있다.

특히 KCGI는 한진칼이 차입금 중 1,050억원을 2개월 만에 중도 상환했다며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실었다. 감사 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에서 단기차입금 증액을 결정했다면, 이사로서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는 게 KCGI 측 입장이다.

다만, 현재까지 한진칼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한진칼이 해당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KCGI는 30일 내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직접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따라서 향후 더욱 거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처럼 갈등양상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지분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하며 ‘백기사’로 여겨진 바 있는 델타항공은 지난 1일 보유 지분이 5.13%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앞서 15.98%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 KCGI 역시 최근 한진칼 지분 매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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