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해그룹이 자사 홈페이지에 계열사인 창해에탄올과 창해이엔지의 위치를 안내하면서 일본해로 우선 표기된 구글 지도를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창해에탄올 위치 안내 지도./ 창해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제74주년 광복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반일 감정이 커진 시점에 맞이하는 만큼, 이번 광복절은 더욱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엄중한 시기에 창해그룹이 안일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홈페이지에 일부 계열사의 위치를 안내하면서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 창해에탄올ㆍ창해이엔지 위치 안내, 일본해 표기 지도 사용 

창해그룹은 창해에탄올을 주축으로 보해양조, 창해종합기술원, 창해이엔지, 창해베트남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곳이다.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기업으로 유명하다. 오너인 임성우 회장은 보해양조 창업주인 고(故) 임광행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임 회장은 현재 창해에탄올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보해양조의 경우, 그의 장녀인 임지선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런데 창해그룹이 국내 정서에 반하는 지도를 홈페이지에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논란을 사고 있다. <시사위크> 확인 결과 창해는 홈페이지에 창해에탄올과 창해이엔지 등 2곳의 계열사 위치를 안내하면서 ‘일본해’로 표기되는 구글 지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계열사의 경우, 별도의 위치 안내 지도를 제공하지 않거나 다른 지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 지도에서 ‘동해’는 ‘일본해’로 우선 표기됐다. ‘일본해’ 부문을 돋보기 기능으로 확대해야만 ‘동해’가 괄호 안에 병행 표기됐다. 이 지도에서 ‘독도’는 리앙크루트 암초로 표기됐다. 

이는 구글의 글로벌 버전 지도를 사용한 데 따른 것이다. 구글의 글로벌 버전 지도는 ‘동해’를 ‘일본해’로 우선 표기하고 있다. 구글은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만을 제공해오다 논란이 일자, 수년전부터 글로벌 버전과 한글판을 따로 제공하고 있다. 구글 한글판 지도는 동해와 독도가 정상적으로 표기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기업들과 주요 관공서들이 큰 문제의식 없이 일본해 표기 구글 지도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를 계기로 지도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문제의 사례가 이전만큼은 많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창해그룹은 여전히 안일한 지도 사용 행태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설령 지도 사용에 있어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관리 소홀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실은 보해양조가 일본 자본 매각 루머에 휘말려 진통을 겪고 있는 시점에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 전망이다. 보해양조는 13일 “일본 자본에 매각됐다는 루머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악의적인 매각설을 확산시키면 법적 조치하겠다”는 입장문을 밝힌 바 있다. 보해양조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의 위치를 안내하고 있으며, 카카오맵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논란과는 무관하지만 엉뚱한 루머 유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그룹사 홈페이지의 안일한 지도 표기 논란은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창해 측은 이번 지용 사용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모습이다. 창해에탄올 본사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어 뭐라 말하긴 어렵다”며 “홈페이지 담당자에 문의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담당자에 연락을 취했지만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홈페이지 담당자가 미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담당자가 돌아오면 지도 교체를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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