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사명 변경을 단행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지난 5월 사명 변경을 단행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5월, 20년 만에 사명을 변경하며 변화에 나섰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이 정작 개선이 시급한 내부거래 문제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구 한국타이어)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는 상반기 한국네트웍스(구 엠프론티어)와 각각 13억9,000만원, 96억7,000만원 상당의 매입거래를 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7억7,000만원이었던 거래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9억원에서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100억원에 육박하는 내부거래가 계속됐다.

한국네트웍스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지분 40%를 보유 중이며, 나머지 60%는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24%)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24%), 그리고 이들과 남매사이인 조희경(12%) 씨가 나눠 갖고 있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곳이다.

또한 한국네트웍스는 시스템관리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서 자주 등장했던 이른바 ‘SI계열사’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히 주목한 부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SI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한국네트웍스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명 변경과 함께 엠프론티어에서 이름을 바꿨으나, 내부거래 실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 당시 메타넷과 한국타이어의 합작 형태로 설립된 한국네트웍스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2007년 오너일가 3세들이 메타넷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개인회사화한 뒤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설립 2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액은 2015년 1,3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매출액이 정점을 찍은 2015년 당시 한국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은 무려 87.1%에 달했다. 이후 2016년 1,094억원, 2017년 653억원, 지난해 386억원으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나, 내부거래 비중은 계속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2016년 82.5%, 2017년 77.4%, 지난해 75.4%를 기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부거래 개선에 나선 대다수 대기업들과 대비되는 행보다. 대다수 대기업들은 지분 매각이나 인수·합병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소에 나섰으며, 특히 SI계열사에 대한 조치도 빠지지 않고 이뤄졌다.

물론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인 또 다른 오너일가 개인회사 신양관광개발의 경우 지난해부터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종료했다. 다만, 신양관광개발은 애초에 회사 및 내부거래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반면, 정반대의 행보도 포착된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엑스트론, 에이치투더블유티이, 에스아이카본, 세일환경 등을 개인적으로 인수하고, 에스피팀을 설립하는 행보를 보였다. 조현식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내부거래 관련 규제심의 대상 계열사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들 업체는 각각 연료첨가제 수입·유통, 폐기물처리기기 도·소매, 산업폐기물 재활용, 그리고 경영컨설팅 등을 영위하는 곳으로, 향후 그룹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행보와 줄곧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미 ‘모난 돌’로 전락해 관계당국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올해 초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고, 현재는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 역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그 밖에 브랜드 사용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명은 새롭게 거듭났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내부거래 고집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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