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뉴시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청와대가 오는 10월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꽉 막힌 한일관계의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9월 중으로 예상되는 아베 내각의 개각과 자민당의 직제개편에 따라 한일 간 대화 통로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일왕 즉위식 이전에 양국의 대화 물꼬가 트일 경우 축하사절단을 보내는 등 경색 국면을 풀어나가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일왕 즉위식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전에 충분한 대화와 양해가 이뤄져야 될 텐데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 개각이나 집권당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대화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과정에서 양국 정부가 얼마나 원만하게 외교적 대화를 추진하느냐에 따라 일왕 즉위식 참석 여부 내지는 어느 수준으로 참여할지 최종적으로 결정이 될 듯하다”고 관측했다.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하반기에 유엔총회(9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정상회의(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월) 등 정상급 다자외교 일정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특히 악화된 한일 관계의 분수령은 10월 22일 일왕 즉위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회동하고 돌아온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가급적 모든 것을 해결하고 문 대통령께서 일본 천황 즉위식에 참석한다고 발표하면 양국 관계가 하루아침에 눈 녹듯이 녹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빡빡한 외교 일정을 감안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역할 분담 차원에서 일왕 즉위식에 축하사절단으로 파견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 김상조 “아베 노림수는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 주는 것”

청와대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재연장 또는 폐기 어느 쪽으로도 확답을 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1년 단위로 연장되는 지소미아는 90일 전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자동 종료된다. 오는 24일이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이다.

김 정책실장은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며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안보협력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는 없고 여러 상황을 고려할 것이다. 다만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극단적 상황이 오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이 언제 어떤 수순으로 안정화 될 것인가 예측하기 어렵고 양국이 ‘전략적 게임’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띠고 있다”고 봤다.

김 정책실장은 “일본이 노리는 것은 어떤 특정한 품목의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한국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총 1,194개에 이르는 여러 품목에 대해서 일본이 수도꼭지를 쥐고 있다는 불확실성을 한국 경제에 줌으로써 그것이 갖는 간접적 우려를 노리는 것이 아베 정부의 속뜻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이번 수출 통제 제도 변화가 가져오는 피해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1,194개 품목 전부가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앞으로 남은 부분에 대해 한국 정부가 현장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공급을 안정화시키면서 궁극적으로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할 것인지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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