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우익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 만화가의 그래픽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해 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 유니클로
유니클로가 우익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 만화가의 그래픽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해 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 유니클로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일본 불매운동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니클로가 스스로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일본 본사 임원의 부적절한 발언 이후 ‘보이콧 재팬’의 주요 타깃이 된 유니클로가 우익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의 그래픽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한 사실이 알려져 뭇매를 맞고 있다.

◇ 서툰 일처리로 논란 기름 부은 유니클로

유니클로가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는 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본사 임원의 불매 운동 폄하 발언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 섬세하지 못한 일처리로 또 다시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일이 발생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블리치’의 주인공인 이치고가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새긴 티셔츠를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겉보기엔 단순히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새겨진 평범한 티셔츠로 보이는 제품이 논란이 된 건 다름 아닌 작가 때문이다.

사신의 힘을 얻은 고등학생의 얘기를 그린 판타지 만화 블리치를 그린 작가의 이름은 ‘쿠보 타이토’. 쿠보 타이토는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우익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진격의 거인’을 그린 이사야마 하지메, ‘학원 앨리스’의 만화가 히구치 타치바나 등과 함께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우익 논란을 불러오는 인물이다.

그가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된 건 과거 그의 언행이 국내에 전해지면서다. 쿠보 타이토는 지난 2012년 자신의 SNS 계정에 독도 망언이 담긴 기사를 리트윗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그가 리트윗 한 기사는 ‘한국인은 항일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일본 자위대를 찬양하는 게시물을 종종 올린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제가 된 건 쿠보 타이토 뿐만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은혼’의 캐릭터 디자인 티셔츠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은혼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여러 차례 배경으로 등장한 작품이다.

◇ 글로벌 의류기업의 계속되는 아마추어리즘

논란이 커지자 유니클로는 문제가 된 두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22일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블리치와 은혼 티셔츠 2종을 온라인몰 목록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품 검수와 선별 과정에서 좀 더 꼼꼼한 작업 절차를 거쳤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관련 리스크를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니클로는 악화된 한일 관계의 불똥을 맞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유니클로가 보이콧 재팬의 주요 타깃이 된 건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의 불매운동을 폄하한 발언이 단초가 됐다. 이후 유니클로의 부적절한 대처가 논란을 확산시켰다.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는 일본 본사 차원이 아닌 에프알엘코리아의 입장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영업점 매출이 감소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일본 본사 차원의 정식 사과문이 개재됐다.

국내 주요 8개 카드사 결제액에 따르면 지난달(6월 마지막 주~7월 네 번째 주) 유니클로 매출액은 전달 대비 70.1% 급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월계점 등 일부 점포가 일본의 무역 보복 후 폐점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유니클로는 점포 정리가 불매운동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여론의 생각은 다르다. 유니클로는 억울함을 표출하기 전에 위기대응체제에 돌입해 철저한 내부 점검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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