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바디프랜드가 일본기업이 장악하던 글로벌 안마의자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국내 기업과 기술력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바디프랜드의 성공 사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디프랜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불매운동은 더욱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도발에 맞대응 방안을 내놓는 한편, 경제적 ‘극일(克日)’ 의지를 천명했다. 국내 산업 경쟁력과 원천기술력을 강화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 위기를 기회로… 국내 기술력 발전 계기돼야  

각 산업계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키워 기술력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 중엔 국산 기술력으로 일본기업을 제치고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2007년 작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10년 만에 글로벌 안마의자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선 바디프랜드를 극일 사례 중 하나로 소개했다. 

안 소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 회사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기업이 장악하던 안마의자 시장을 개척해 우위에 올라선 점’과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 등에서 눈여겨볼만 하다고 했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는 "일본기업과의 특허 소송전에서 특허 기술의 중요성을 깊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기자는 그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해 지난 21일 안 소장과 서울 강남구 소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 본사를 찾아,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안마의자는 국내에 바디프랜드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한 상품군이 아니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는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엔 안마의자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부유층을 대상으로만 판매되고 있었으며, 그마저도 일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기업들의 텃밭이었다. 파나소닉, 이나다훼미리, 후지의료기 등 일본기업의 안마의자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과점했다. 국내 토종 안마 의자 브랜드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바디프랜드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시작은 미미했다. 설립 당시 회사의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바디프랜드는 강남 압구정동 한 병원 근처에 작은 가게 터를 얻어 사업을 개시했다. 초창기 단순 판매사에 불과했던 바디프랜드는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조금씩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 일본 기업 제치고 글로벌 1위 오른 바디프랜드  

물론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시장의 진입장벽은 두터웠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도 태동기에 불과하다보니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바디프랜드는 포기하지 않았고 디자인 차별화와 기술력 등으로 시장에서 파이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렌탈서비스 등 새로운 영업·판매구조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11년 재무이사로 바디프랜드에 합류했다. 박 대표가 재무와 경영관리를 맡은 시점을 계기로 바디프랜드는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바디프랜드 매출은 2011년 341억원에서 2016년 3,147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5년 만에 10배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바디프랜드는 2017년엔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역시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크고 작은 위협이 회사를 흔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경쟁사인 일본기업과의 마찰도 최대 위협이었다. 2014년 일본의 이나다훼미리는 바디프랜드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인체사이즈를 센싱(감지)하는 기술이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센싱 기술은 바디프랜드 전 제품에 탑재돼 있었다. 자칫 특허권 침해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회사는 존폐위기에 몰리게 됐다. 

하지만 바디프랜드는 3년간의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이나다훼미리 특허소송전에서 승리했다. 뿐만 아니라 바디프랜드는 2017년 이나다훼미리를 상대로 낸 특허무효심판청구에서 이겼다. 당시 소송의 핵심은 안마의자에 내장된 센서가 신체 부위를 자동 인식해 마사지하는 기술이 이나다훼미리만의 독자기술인지 밝혀내는 것이었다. 국내 대법원은 “이나다훼미리 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다”며 관련 특허 등록 무효를 최종 확정했다.

박 대표는 “당시 소송전으로 특허권의 중요성을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바디프랜드는 현재 특허 관련 기술이 900여건이 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는 일본 기업보다 특허 관련 기술을 더 많이 출현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박상현 대표는 "수년 전부터는 일본 기업보다 더 많은 특허기술을 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이런 기술력을 앞세워 바디프랜드는 일본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2017년 기준 안마의자 시장에서 점유율 8.1%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소닉과 이나다훼미리는 각각 7.7%와 7.2%로 2, 3위를 기록했다. 후지의료기(4.9%)는 5위로 순위가 밀렸다.

이를 기념해 최근 바디프랜드는 애국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이달 31일까지 일본 브랜드 안마의자를 쓰던 고객이 바디프랜드 제품을 렌탈‧구매할시 가격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8‧15 보상 운동’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이벤트 기획 배경에 대해 “74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헬스케어 분야에서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항일‧극일‧승일이라는 기치로 일본 브랜드를 이겨내고 세계 시장 1위에 오른 쾌거를 기념하고자 8.15 보상 운동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 1등이 된 것도 좋았지만 일본기업을 누르고 그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뻤다”며 “우리나라 기업도 우수한 기술력만 있다면 일본 시장을 제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는 최근 74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헬스케어 분야에서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항일(抗日), 극일(克日), 승일(勝日)이라는 기치로 일본 브랜드를 이겨내고 세계 시장 1위에 오른 쾌거를 기념하고자 8.15 보상 운동 이벤트를 기획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왼쪽)과 박상현 대표는 이를 홍보한 신문 광고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위크

안 소장은 최근 한일 간 경제 갈등 국면에서 이 같은 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봤다. 안 소장은 “일본 제품을 불매하고 아베를 규탄하는 것을 넘어 기술력으로 일본을 따라잡았다”며 “사실 바디프랜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례가 생각보다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 “대기업 아닌 중소기업도 가능해” 

그러면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이 같은 성과를 일궈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도 충분한 기술력만 있다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바디프랜드는 단순한 안마의자 회사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을 꿈꾸고 있다. 박 대표는 “혁신적 의료기술은 물론, 인공지능(AI) 등 첨단 제품을 결합한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첨단 헬스케어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중소업체들과의 협업 관계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국내에선 기업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 우수한 의료기기 업체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과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현 대표는 “국내에선 기업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 우수한 의료기기 업체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과 협력을 통해 국내 헬스케어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바디프랜드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각종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기술연구소와 디자인연구소에 이어 메디컬R&D센터를 설립해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컬R&D센터에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한방재활의학과, 정신과, 내과, 치과, 피부과 등 7개 분야별 전문의가 포진해있다.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고용 창출 의지도 밝혔다. 바디프랜드는 7명의 직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총 임직원수가 1,300명에 달한다. 바디프랜드는 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작은 소형 기업으로 출발한 바디프랜드는 이제 중견기업 수준으로 규모가 커졌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중소기업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