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을 뜻하는 용어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다가 대출이자에 치여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공영홈쇼핑이 ‘신사옥 건립 추진’ 소식을 전했을 때, 이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공영홈쇼핑은 ‘신사옥건립TF’ 발족을 준비한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공영홈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신사옥 건립을 검토해왔으며 지난 4월 방송장애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 공영홈쇼핑은 4월 초유의 ‘방송중단’ 사고를 두 차례나 낸 바 있다. 사고 이후, 홈쇼핑 방송에 최적화된 시설·설비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공영홈쇼핑의 설명이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과 농어민에 대한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2015년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했다. 개국 이후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 일부를 임차해 사옥으로 써왔다. 이에 따라 연간 37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영홈쇼핑은 임차료 부담과 업무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식에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앞서는 분위기다. 공영홈쇼핑의 경영 상태가 워낙 안 좋은 상태여서다. 공영홈쇼핑은 출범 이래 줄곧 적자를 내왔다. 총 누적 적자만 376억원에 달한다. 손실이 쌓이면서 회사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지 오래됐다. 향후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판매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수익구조가 더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신사옥 추진 계획을 알리다보니 곱지 않은 시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금 조달에 대한 의문도 뒤따랐다. 신사옥 건립을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마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영홈쇼핑의 현금성 자산은 106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523억원) 대비 417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대출을 통해 자금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현재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조달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주주사한테 손을 벌리는 방법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혈세 투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공영홈쇼핑의 최대주주는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지분 50%)다. 이어 농협경제지주(45%)와 수협중앙회(5%)가 나머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자사가 투입 자본금을 절반 가까이 까먹은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주주들이 지원의 손길을 선뜻 건넬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신사옥 건립 추진 소식에 내심 당혹스런 기색까지 드러내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으로부터 신사옥 건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아직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며 “언론 기사를 통해서만 내용을 접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공영홈쇼핑에 대해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기관이다. 경영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아직까지 경영 개선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내 집 마련’ 계획이 달갑게 다가올 리 없다. 자칫하면 하우스푸어 신세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영홈쇼핑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경영개선’ 성과를 먼저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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