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 하고 있다 /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의 대치가 격해지면서 다른 고위공직후보자들도 ‘불똥’을 맞은 모양새다. 국회는 30일 현재까지 은성수 금융위원장·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들 청문회에서 야당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거론하거나, 조 후보자와 비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조 후보자가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으면서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조 후보자였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는데 안 알려져서 그렇지 (한 후보자는) 조 후보자한테 감사해야 한다. 한 후보자도 거의 똑같다. 언론계의 조국”이라며 “조 후보자는 요즘 끝까지 버티는지는 몰라도 (과거에) ‘스스로 나는 국무위원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같은 당 최연혜 의원은 질의 도중 “조 후보자의 비리가 워낙 핵폭탄 급이다 보니 가장 덕 보는 사람이 한 후보자인 것 같다. (의혹이 있어도) 뭐든지 작아보인다”고도 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됐다가 청원요건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삭제된 한 청원에 대해 질의했다. 해당 청원은 “고교생이 2주 인턴하고 이공계 학생도 아닌 외고 학생이 의학논문 제1저자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 불법적으로 고려대에 입학한 조국 딸에 대해 학사 학위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신 의원은 “한 후보자가 보기에 가짜뉴스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방통위가 ‘가짜뉴스 규제’를 이유로 정당한 의견 개진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기 위한 취지였다. 한 후보자는 “(청원) 삭제 요건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의견 개진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여성가족위원회가 진행한 이정옥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입시 비리 의혹을 들며 이 후보자의 자녀 검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원 의원은 “조 후보자에 대해 국민적 관심과 여론이 있는데 과연 이 후보자 자녀는 어땠을까가 가장 기본적인 의문의 시작”이라며 “이 후보자 자녀가 어떻게 대학에 갔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29일) 진행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선 대놓고 조 후보자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은 후보자에게 쏟아진 질문은 대부분 ‘조 후보자 사모펀드 투자가 불법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국내 금융 현안에 대한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정책적 견해를 거의 들을 수 없는 청문회였다는 아쉬움이 나왔다.

◇ 불투명해진 조국 청문회 일정

하지만 정작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달 2~3일 이틀간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조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 문제로 무한 연기될 위기에 놓였다. 인사청문회법상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서를 이날까지 송달해야 예정대로 청문회가 가능하지만, 여야가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주말 사이 물밑 접촉을 통해 이견차를 좁히겠다고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내달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청문회가 성사되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법상 청문보고서를 20일 안에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다시 요구하게 돼 있다. 9월 12일까지 얼마든지 청문회는 개최할 수 있다”며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 청문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이례적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식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 법을 준수해야 한다. 일부 야당은 (청문회) 일정을 더 늦추자고 나선다. 이런 과정과 주장을 보면 사실상 청문회를 무산시키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라며 “조 후보자 소명 기회는 없고 정치공세로 낙마시키려는 의도로 보여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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