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거센 논란을 겪고 있는 조국 후보자. /뉴시스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거센 논란을 겪고 있는 조국 후보자.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치인 테마주’ 역시 어김없이 들썩거리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정치인의 행보와 기업 경영 사이에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고,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다.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신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공식 발표한 뒤 한 달 가까이 ‘조국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조국 후보자에 대해 ‘결사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뿐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역대 그 어떤 장관 후보자에게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사상 초유의 수준이다. 의혹과 관계된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촛불집회를 열었고, 일각에선 후보자 딸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야는 대립을 거듭한 끝에 청문회를 열지 못했고, 이에 조국 후보자는 11시간에 걸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을 향한 의혹과 문제제기에 해명하기도 했다.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국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면돌파에 나선 가운데 추가 의혹이 제기됐고, 정치권에선 청문회 개최 합의가 이뤄졌다. 오는 6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를 통해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재차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도 들썩이고 있다. ‘조국 테마주’로 꼽혀온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정국의 향방에 따라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국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은 화천기계다. 화천기계는 공작기계를 생산하는 임직원 300여명 수준의 중견기업이다. 화천기계가 ‘조국 테마주’로 여겨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 회사 감사 때문이다. 2010년 3월부터 화천기계 상근 감사로 재직 중인 남광 감사가 조국 후보자와 미국 버클리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에서 ‘조국 테마주’가 됐다.

업계나 경영에 큰 변수가 없었던 화천기계는 지난 수년간 주가도 큰 움직임이 없었다. 주식 분할 이후 주가를 기준으로 1,000원대 후반과 2,000원대 초반의 좁은 구간을 오가는 수준이었다. 그랬던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조국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싸고 총선 출마 필요성과 장관 입각설 등이 제기되면서 화천기계 주가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 중순만 해도 2,000원을 넘나들던 주가가 6월 중순에는 장중 3,000원을 넘어섰고, 7월 중순 장중에는 4,000원대까지 돌파했다.

조국 후보자가 공식적으로 내정된 이후에는 주가가 더욱 롤러코스터를 탔다. 공식 내정 직전까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가 야당의 거센 반발과 각종 의혹 제기 속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공식 내정 당일인 지난달 9일 장중 한때 4,27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지난달 22일 장중 한때 2,820원까지 내려갔다. 

이후 주가 흐름은 또 방향을 바꿨다. 수세에 몰렸던 조국 후보자가 사회 환원 의사를 밝히고, 지지자들의 응원까지 이어지면서 화천기계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조국 후보자가 11시간에 걸쳐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후 화천기계 주가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급기야 지난 4일엔 상한가로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국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하루에도 화천기계 주가는 들썩임을 멈추지 않았다. 전날 5,790원의 상한가로 마감했던 주가는 장중 한때 7,220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일 대비 24.6%의 높은 상승세였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추가 의혹 및 논란이 계속된 탓인지 오후 들어 상승세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전일 대비 1.9% 오른 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조국 후보자의 행보가 화천기계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데 있다. 화천기계는 지난 6월 ‘조국 테마주’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조국 (당시) 청와대 수석이 당사의 감사와 미국 버클리대 법대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그 이상의 아무런 친분관계는 없다”며 “과거 및 현재 조국 (당시) 수석은 당사의 사업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취임은 화천기계의 사업에 영향을 줄만한 요인이 없다.

또한 조국 후보자는 여전히 많은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지거나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소위 ‘개미투자자’ 입장에선 들썩이는 주가에 혹해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대북 테마주나 미세먼지 테마주의 경우 실제 해당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조국 후보자 테마주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조국 후보자가 장관이 되고, 이후 다른 어떤 직위에 오른다한들 화천기계에 어떤 수혜가 돌아가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는 투자에 특히 더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며 “해당 정치인과 기업의 사업이 무관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정치인의 행보엔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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