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가 돼서야 친노 인사들은 무거운 마음 대신 ‘새로운 노무현’의 모습을 꿈꾸게 됐다. /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가 돼서야 친노 인사들은 무거운 마음 대신 ‘새로운 노무현’의 모습을 꿈꾸게 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가면 그리운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옛 한국미술박물관 자리에 노무현시민센터가 세워진다. 첫 삽을 뜬 것은 지난 4일이었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친노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봉하기념관이 기억과 추모의 공간이라면, 서울시민센터는 우리의 현재 삶을 열어나가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나가는데 힘이 되는 집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 노무현 서거 10주기 기점으로 달라진 모습

10년 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10년이 되고서야 숙원을 해소하게 됐다. 유시민 이사장의 전임자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공식 인사말을 통해 “평생 딱 한 번 해본 일이 있다면 이 땅을 경매한 것”이라면서 “두 번에 걸쳐 경매했는데 두 번 다 낙찰을 받아서 땅이 확보되고 나니 창덕궁이 보이는 위치에 좋은 건물이 들어설 수 있어서 굉장히 가슴 뿌듯했다”고 지난 소회를 털어놨다. 센터는 내년 말 완공 후 시범 개관을 거쳐 2021년 5월 정식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단 차원의 진지한 고민도 시작됐다. 뉴스핌 보도를 종합하면, 재단은 총선 출마 후보자를 선정할 경선에서 과도한 친노 마케팅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자들의 경력 기재 시 재단 경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여당 측에 공식 요청했다. 과거 총선에서 경선 후보자들이 재단을 스쳐간 각종 위원 경력을 남용한 것으로 보이는 바, 앞으로는 무분별하게 재단 경력을 넣을 수 없도록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당에서 재단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노무현시민센터 건립부지에서 기공식이 열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린 시민들의 집”이라면서 “시민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뉴시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노무현시민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린 시민들의 집”이라면서 “시민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뉴시스

주목할 부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의 행보다. 정계 입문과 총선 출마를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대통령의 인척으로 주어진 역할을 했고, 조심스러운 15년의 세월이 흘렀다”면서 “아직 정해진 지역은 없으나 어디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역은 19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출마해 당선된 부산 사상이다. 반면 선거 때마다 출마설이 나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는 정치와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총선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당장 여당의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 등을 총괄하는 민주연구원 원장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친노 인사다. 이해찬 대표는 현 정권 출범 직후 유랑을 떠났던 양정철 원장을 불러들여 해당 직책을 제안했다. 고민 끝에 수락한 양정철 원장은 “정권교체 완성은 총선 승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병참기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내년 총선 구상에 친노의 입김이 반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친노계는 더 이상 슬픔을 표현하지 않았다.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도식 주제도 ‘새로운 노무현’으로 삼았다. 이제는 모두가 새로운 노무현이 되어 그가 바랐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자는 의미다. 특히 재단은 기공식을 연 노무현시민센터와 봉하마을의 기념관에 이어 세종시에도 연수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해찬 대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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