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아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아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항소심에서 친형 강제입원 시도 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되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무죄를 확신했던 변호사들도 깜짝 놀랐다. 선고 결과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재명 지사 측의 입장은 2시간이 지나서야 전달됐다.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운명은 대법원 판단에 달렸다.

쟁점은 하나다. 이재명 지사의 의도성이다. 항소심 선고를 맡은 수원고법은 “(이재명 지사가)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한 사실을 숨긴 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발언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에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의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 당선무효형 선고에 충격… 3개월 내에 대법원 최종 결론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재명 지사에게 적용된 네 가지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친형 강제입원 시도 사건에서 제기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가운데 후자를 유죄로 봤다. 이외 검사 사칭과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1심 재판부와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혐의 네 가지 중에 세 가지가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파문은 크다.

만약 대법원 상고심에서 항소심 판결을 인용해 벌금 300만원이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게 될 경우 당선이 무효 처리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향후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2022년 예정된 차기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셈.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지사에겐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 이재명 지사는 지난 6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21%) 국무총리와 황교안(14%)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지율은 8%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지난 3일~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5%였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지사 측은 “친형 강제진단이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방송 토론의 발언 일부를 두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 뉴시스
이재명 지사 측은 “친형 강제진단이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방송 토론의 발언 일부를 두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 뉴시스

이재명 지사로선 상고심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게 이재명 지사 측의 각오다. 길어야 3개월이다. 공직선거법상 3심 판결은 전심 판결 선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 전에는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항소심 파기 판결을 받는다면 법정 다툼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종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기회를 잡은 검찰에 무게가 쏠리는 모양새다. 검찰 내부에서도 자신감이 엿보인다. 재판부에서 인정한 것처럼 이재명 지사가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 진행을 지시했고, 이를 선거방송에서 부인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가 분명하다는 얘기다. 특히 대법원 판결은 사건의 법리 적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형량이 과하더라도 하급심 판결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지사의 위기다. 이에 따라 그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 SNS를 통해 무죄 탄원서 서명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서명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명 비상대책위원회’는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 질문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이 나왔다”면서 “토론회 답변을 들어 벌금을 내라는 것은 1,350만 경기도민의 선택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층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재명 지사의 동력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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