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서비스 품질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타다’가 택시업계의 여전한 반발 및 경쟁사들의 ‘친택시’ 행보 속에 외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높은 서비스 품질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타다’가 택시업계의 여전한 반발 및 경쟁사들의 ‘친택시’ 행보 속에 외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택시제도 개편을 위한 실무기구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타다’가 고립무원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타다’를 향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가운데, 경쟁사격인 신규 모빌리티 업체들은 ‘친택시’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 확대 및 몸집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구성한 택시제도 개편 관련 실무 논의기구는 조만간 두 번째 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 실무 논의기구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17일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과 관련해 각 주체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세부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교통부 김상도 종합교통정책관과 하헌구 인하대학교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택시업계 및 신규 모빌리티 업체 등 이해관계자와 관련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택시업계에서는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 신규 모빌리티 업체로는 카카오모빌리티, VCNC(타다),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스타트업 협의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대표로 선정됐다.

지난달 말 열린 첫 회의는 파행이나 다름없었다. 택시업계 쪽 참가단체 4곳 중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만 참석한 것이다. 불참한 택시업계는 ‘타다’의 실무 논의기구 참여 자체에 반발하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유일하게 참석한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도 ‘타다’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다.

실제 이날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타다’ 측은 설전을 벌이며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타다’ 측은 택시업계 측이 자신들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합법성을 강조했고, 이에 맞서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타다’가 상생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택시업계는 두 번째 회의에 대해서도 ‘보이콧’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첫 번째 회의에 유일하게 참석했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마저도 두 번째 회의 참석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타다’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동안 택시업계의 반발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던 ‘타다’는 정부 주도의 제도 개선을 갈망해왔다. 하지만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실무 논의기구가 정작 자신들로 인해 파행 위기에 놓이게 된 모습이다. 그렇다고 택시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미 구축해놓은 사업구조와 투자비용, 인력 등을 전면적으로 갈아엎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타다’의 경쟁사격인 신규 모빌리티 업체들은 ‘친택시’ 기조를 바탕으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다’에 앞서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친택시’로 방향을 선회하고, 택시가맹사업 부문에서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택시가맹업체 ‘타고 솔루션즈’ 지분을 기존 30%에서 100%로 늘려 자회사로 편입하는 한편, 이 회사 사명을 ‘KM솔루션즈’로 변경했다. 아울러 기존에 선보이고 있던 ‘웨이고블루’ 택시서비스 브랜드를 ‘웨이고T블루’로 리뉴얼하고, 대중적 인지도 및 인기가 높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타다’로 대표되는 대형 고급택시 부문 진출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법인택시와 협력하는 형태로 가칭 ‘라이언택시’를 선보일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웨이고T블루’의 규모를 연내 4,000대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웨이고블루’의 규모는 300여대 수준이다.

또 다른 실무 논의기구 구성원인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는 애초부터 기존 제도권 내에서 택시와의 상생모델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마카롱택시’ 역시 직영과 가맹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연내 5,000여대 수준까지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높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특히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렌터카+운전기사 제공’이란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운행대수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다. 택시법인을 인수하거나, 택시면허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타다’는 신규 모빌리티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거센 택시업계의 반발로 제도권 안착이 요원한 가운데 경쟁사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타다’는 기존 입지에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는 ‘타다’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빠져있다. ‘타다’ 입장에선 논란을 털어내고 안정을 찾기 위해 과제가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친택시’ 기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경쟁사들은 승차거부가 불가능하고, 높은 서비스 품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타다’의 경쟁상대 및 대체재가 되기 충분하다. 특히 경쟁사들의 경우, 향후에도 ‘친택시’ 기조를 바탕으로 운행대수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판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반면, 제도권 및 택시업계와의 상생에 초점을 맞춰 가맹 형식을 기반으로 삼은 신규 모빌리티 시장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내년에는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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