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등 조국 사태와 한일 관계 문제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경제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뉴시스
박용만 대한상의 등 조국 사태와 한일 관계 문제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경제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정치와 외교 갈등으로 인해 경제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켜켜이 쌓여있는 경제 현안들을 뒤로 한 채 ‘조국 사태’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과 좀처럼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이 경제인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더 이상 사태를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한 경영계 단체 수장들은 잇달아 ‘경제 챙기기’를 읍소하고 나섰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거리낌 없이 강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만큼 현재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비춰진다.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여‧야‧정 협력을 촉구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발언 수위를 높여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다시 던졌다. 지난 18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항공회의소 주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 자리에서 “경제는 버려진 자식인가”라며 노골적으로 섭섭함을 드러냈다. 다수 경제인들과 언론이 지켜보는 공식석상에서 나온 발언이라 파장은 컸다. 현 정부를 대표하는 경제 단체 수장으로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꼴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다는 결단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재계 어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힘을 실었다. 그는 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북아 평화와 번영, 그리고 국제분업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한일 간의 우호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은 일본의 제3위 수출국이자 5위 수입국이고, 일본 또한 한국의 5위 수출국이자 3위 수입국으로 상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걸 강조했다. 손경식 회장은 “양국 기업 간 협력이 줄어든다면 투자와 고용, 기업 수익성 감소뿐만 아니라 양국의 경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안을 진단했다. ‘재계 어른’ 다운 설득력 있는 주장이 회의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경제인들은 가급적이면 정치 및 외교 현안에 관한 발언을 자제하는 편이다. 자신의 ‘오지랖’이 자칫 기업에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무관심 자세를 취하는 게 CEO들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하루 속히 조국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한일 갈등마저 지속된다면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경제인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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