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인력 유출 관련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LG화학이 인력 유출 관련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맞소송전 등 ‘인력 유출’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LG화학 측은 ‘적정 퇴직률’ 내에서 관리되고 있고, 조직적인 영업비밀 탈취가 소송의 본질이라는 입장이지만 LG화학 내부 일선에서 감지되는 온도차는 뚜렷하다. 당초 2분기 정상가동 예정이었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수율안정화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인력 유출’이 원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애써 키워온 전문인력 이탈에 ‘한숨’

“경험 있는 시니어 전문인력이 설비를 셋업해야 하는데, 할 사람이 없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LG화학 과장급 연구원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과 관련해 내부분위기를 전하며 이 같이 토로했다. LG화학 측은 지난 7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초 2분기로 예정됐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수율안정화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며 그 이유로 ‘신공정도입’을 든 바 있다. 하지만 신공정 구축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근본적인 원인은 인력 유출에 있다는 게 일선의 반응이다.

LG화학은 최근 인력 유출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월엔 76명의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핵심기술 또한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양사는 맞소송을 이어가며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또한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에도 LG화학 출신 핵심인력이 근무 중인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배터리 관련 업계의 ‘인력 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1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업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외 업체들이 저마다 기술우위 및 생산기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LG화학이 ‘빼앗기는’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부문에서의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키워놓은 전문인력들이 후발주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력 유출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뿐 아니라, 남아있는 직원들의 분위기마저 뒤숭숭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2016년 2.0%, 2017년 2.7%, 2018년 2.7%를 기록한 ‘자발적 퇴직률’을 근거로 들며 ‘적정 퇴직률’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LG화학의 퇴직자 수는 2016년 464명에서 2017년 661명, 2018년 763명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자발적 퇴직자 수도 300명, 453명, 505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퇴직자 수에서 자발적 퇴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대라지만, 자발적 퇴직자 수의 증가가 눈에 띈다.

LG화학이 인력 지키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배경으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가 꼽히는 것은 다소 뼈아픈 대목이다. LG화학의 연봉 등 처우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경쟁사에 비해 낮다는 점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바 있다. 또한 LG화학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은 이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된지 오래고, LG화학의 한 일선 관계자를 통해서는 “왜 LG화학에 왔냐고 물으면 SK이노베이션에 떨어져서 왔다고 한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가한 일침도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LG화학과의 소송전에 대해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인력 빼가기’ 논란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것이 사실이며, 이는 국내외 채용 경력사원 중 일부에 해당된다”며 “빼오기 채용 등 그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헤드헌터를 통해 특정 인력을 타겟 삼아 채용한 일은 없으며, 100% 공개채용 원칙 아래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채용해 간 경력직원이 100여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LG화학 출신 전체 숫자의 10%대에 불과하다”며 “SK이노베이션이 2016년부터 진행해 온 경력사원 채용에 LG화학 출신 지원자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LG화학의 입장을 고려해 그 규모는 별도로 밝히지 않겠다”며 공세를 펼쳤다. 아울러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보시길 바란다”는 따끔한 충고까지 곁들였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어느 조직에나 불만이 있는 사람은 있는 법이며, 일부의 목소리를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LG화학의 처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지적에 대해선 “LG화학 출신 지원자 규모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며 “SK이노베이션은 채용 후 지원서를 삭제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어떻게 숫자를 파악했는지, 지원서를 어떤 방식으로 삭제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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