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험 결과 발표 공시 직전 오너일가 지분 매각
사명 변경 첫 해부터 ‘모럴해저드’ 논란… 신뢰도 ‘추락’ 우려
사측 “임상 관련 사전 정보 유출 없었다” 일축

헬릭스미스 오너일가가 임상 결과 공시 이전에 지분을 처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강당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 3-1상 결과 설명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을 하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바이오 신약 벤처회사 헬릭스미스가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헬릭스미스의 임상 실험 결과 도출 실패 공시가 나오기 전 오너일가가 리스크를 인지하고 지분을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회사 측은 임상 결과를 사전에 유출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지분 팔자 임상 실패… ‘오비이락?’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지난 23일 자사가 개발 중이던 당뇨성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가 임상3상 실험 과정에서 약물 혼용상태로 인해 결론 도출에 실패했고, 임상3상 결과 발표를 연기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날 김용수 전 헬릭스미스 대표의 부인인 이혜림 씨와 딸 승미 씨가 헬릭스미스의 지분을 처분했다. 김용수 전 대표는 헬릭스미스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선영 현 헬릭스미스 대표의 처남이다. 이씨와 김씨는 이날 각각 보유중인 헬릭스미스 지분 2,500주, 500주를 처분했다. 두 사람의 처분 금액은 5억3,0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헬릭스미스가 임상3상 결과 발표 연기를 공개한 시점은 23일 주식시장이 장을 마감한 후다. 오너일가는 주식 시장이 마감되기 전 헬릭스미스의 지분을 처분한 것이다.

이들이 주식을 처분한 23일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17만1,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12만원으로 하락했고, 27일에는 종가 기준 7만3,400원을 기록했다. 임상3상 결과 도출 실패로 인해 나흘 새 주가가 57% 가량 하락한 것이다.

이에 오너일가가 임상 결과를 미리 알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아울러 회사 측이 이를 김 전 대표 일가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의혹이 커지자 헬릭스미스는 지난 27일 ‘사전 정보 유출은 없었다’는 입장문에 이어 30일 ‘지분 처분은 임상실험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김용수 전 대표의 해명문을 공개했다. 김 전 대표는 해명문을 통해 “지분 매도는 주식담보대출 상환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임상실험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임상실험 결과를 미리 알지 못했으며, 만에 하나 이 같은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고자 했다면 가족이 보유한 주식의 대부분을 공시 없이 은밀히 처분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가족이 주식을 처분한 사실은 법에서 정한 공시기한 내 모두 공시했고, 여전히 42만주 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와 김 전 대표의 해명에도 논란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7월 신라젠의 신사업 추진을 담당하던 고위 간부가 항암제 ‘펙사벡’의 간암치료 3상 시험중단 권고 발표가 나오기 한달여 전 4회에 걸쳐 보유중인 주식 전량을 매도하는 등 제약업계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제기된 바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신라젠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감독원 또한 헬릭스미스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추후 혐의점이 포착될 경우 기획 조사 등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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