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으로 관객과 만난다. /쇼박스
배우 조진웅이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으로 관객과 만난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조진웅이 감춰왔던 ‘흥’을 제대로 폭발시켰다.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을 통해서다. 허세 가득한 ‘꼴통’ 건달로 돌아온 그는 화려한 의상부터 ‘투블럭’ 헤어스타일 등 외적 변신은 물론 자유분방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모습으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오는 2일 개봉하는 ‘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 분)가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다. 폼 나는 인생 시작을 위해 돈이 필요한 건달 영기와 후회 없는 마지막 인생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가 서로를 통해 변화하고,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조진웅은 인생 반전을 꿈꾸는 건달 영기를 연기했다. 매사에 흥이 넘치는 영기로 분한 그는 거침없는 매력과 코믹한 모습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평소 진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조진웅의 반전 매력이 영화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다. 그의 열연에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퍼펙트맨’에서 영기를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퍼펙트맨’에서 영기를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조진웅은 “영기처럼 막 살아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영화는 어땠나.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를 할 때마다 손을 벌벌 떤다. ‘퍼펙트맨’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떨리더라.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우리가 의도한 곳에서 웃고 우리가 의도한 대로 감정을 받아 가는지. (‘퍼펙트맨’이)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 않나. 특별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앞에서 웃기다가 뒤에서 찡하고 끝나는 건데… 그래서 반응들이 굉장히 궁금하긴 하다.”

-단순해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맞다. 영화 주제 자체도 그렇다. 물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이다. 너무 친한 분이 시나리오를 줬다. 그렇게 친하고 나를 잘 아는 분이 시나리오를 줬을 때는 이유가 있는 거다. 그래서 소중한 마음으로 잘 읽게 된다. 그리고 부산이 배경이다 보니 당연히 부산에서 촬영하겠구나 싶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영기라는 캐릭터가 되게 자유분방했다. 좋게 얘기하면 순진한, 나쁘게 얘기하면 뇌가 없는. 그렇게 한번 막 살아보고 싶기도 하더라. 하하. 항상 절제해야 하고 참아야 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 ‘내가 난데’라는 목소리를 낼 수 없잖나.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얘(영기)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게 너무 웃긴 거다.”

-영기가 흥이 많은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다. 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Uptown Funk)’를 항상 들었다. 내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암울하게 살았을까. 웃는 게 더 힘들더라. 분장과 의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태어나서 투블럭 헤어스타일을 처음 해봤다. 머리 자르고 울 뻔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동네 미장원 데려가서 파마를 시켰는데, 그때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완전 그 느낌이었다. 의상도 처음 봤을 때 대체 나한테 왜 이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힘이 되더라. 옷이 굉장한 날개더라. 그래도 다시는 못입는다.”

‘퍼펙트맨’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설경구(왼쪽)와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퍼펙트맨’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설경구(왼쪽)와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영기와 장수의 호흡이 중요했다.
“설경구 선배가 너무 잘 받아줘서 감사했다. 경구 형님의 리액팅이 없으면 완성될 수 없는 것이다. 무게중심을 꽉 잡고 있어서 아무라 돌아다녀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지점이 됐던 것 같다. 저리로 가도 다시 이쪽으로 와서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점이 참 좋았다. 단연코 얘기할 수 있는 건 나도 저런(설경구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거다. 안 되겠지? (웃음)”

-원래 코미디 장르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되게 좋아한다. 대학 다닐 때도 희극을 많이 했다. 전작 ‘광대들:풍문조작단’도 코미디적인 부분이 많았고 희극적인 요소도 많았다. 다음에는 정통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완전 너무 웃긴 코미디. ‘퍼펙트맨’은 포장이 코미디로 돼 있는데, 시나리오 봤을 때 그렇게는 안 봤다. 진한 두 남자의 감정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혹은 알고 있었던 부분을 인식해가는 이야기로 봤다. 잘 보인 것 같다. 아날로그 감성이긴 하지만, 범도파의 끈끈한 우정이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조진웅이 ‘퍼펙트맨’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조진웅이 ‘퍼펙트맨’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영기가 장수에게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담백해서 더 좋았다.
“의도한 거다. 하하. 신파에서 나온 뻔한 장면이 제일 걸리더라. (용수) 감독님은 엄마 생각하면서 감정을 넣어서 하자고 했는데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가장 드라이하고 가장 캐주얼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징징 짜면 감동도 없고 메시지도 전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한테도 얘기해본 적 없음직한 톤으로. 그런 디테일이 살아주면 영기 캐릭터가 더 살아있을 수 있겠다는 싶었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느껴지면 지루해질 것 같더라.”

-영화가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실제 본인의 삶을 돌아보게한 순간도 있었나.
“영기와 장수가 황령산에 올라갔을 때다. 대학 다닐 때 올라갔다가 20년 만에 다시 가게 됐는데 정말 많이 변했고, 정말 예뻤다. 감회가 남다르더라.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갔는데, 지금은 작업을 하러 오게 된 거니까 묘하더라. 거기에 내가 제일 존경하는 배우(설경구)와 협연을 하고 있으니 너무 뭉클했다. ‘잘 살았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고맙고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에는 깡패나 건달을 미화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다. 조폭들이 나와서 의리 있는 척하고 그러는 게 개인적으로 못마땅하다. 예전에 몇몇 그런 영화들이 있었다. 재밌는 집단처럼 그리기도 하고. 그런데 난 잘 모르겠더라. ‘퍼펙트맨’은 그것을 부각시키기보다 우정이라든지 영기가 건달을 그만두고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영기가 건달을 그만둬서 합리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에 대한 지점에서 인식할 부분들을 인식했다는 점이 우리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 모습이 ‘안’퍼펙트하다고 얘기할 수 있나 이거다. 단순한 메시지지만, 그 메시지가 굉장히 진할 수 있다. 웃고 즐기고, 또 삶의 어떤 부분에 대해 회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영화로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또 조진웅, 설경구가 도대체 어떤 짓을 했는지 관객들이 궁금해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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