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바야흐로 ‘디지털금융’ 시대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금융사들은 모바일 거래가 확산되자, 각종 비대면 거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은행의 업무 처리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상품 가입에 필요한 각종 종이서류를 없애고 전자 신청서로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종이통장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금융권은 2015년부터 종이통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앞으로 종이통장 발급이 유료화 되면 종이통장 퇴장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내년 9월 종이통장 유료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금융 환경은 고객에게 편리함과 신속함을 제공한다. 이제는 시간을 내 은행 창구를 가지 않아도 간편하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디지털 환경이 익숙치 않은 고령층이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70대 이상 응답자 중 일반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최근 3개월 이내에 이용했다고 답한 이는 6.3%에 불과했다. 20대에서 40대가 70~80% 이상의 이용률을 보인 것과 비교된다. 50대의 이용률이 51%로 과반을 넘어섰지만 60대는 18.7%로 급감했다. 모바일 뱅킹 이용에 있어 세대별 ‘양극화 현상’이 여전한 뚜렷한 실정이다. 

70대 이상 고령층 10명 중 9명은 여전히 금융 거래 시 창구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가 온라인 환경에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이들의 이용 편의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가 늘자 지점과 자동화기기(ATM)를 축소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은행은 쏠쏠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창구 거래를 선호하는 고령층 입장에선 이전보다 이용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용 불편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 격차는 자산과 소득격차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은 비대면 거래를 확산시키기 위해 온라인과 모바일 거래 시 수수료나 금리 혜택을 집중적으로 주고 있다. 창구와 ATM기를 통해 거래하는 고령층은 이런 혜택에서 비껴나 있다. 

디지털 금융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고령층의 문제는 마냥 가볍게 볼 만한 사안이 아니다. 물론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고령층을 배려한 정책과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서비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령층이 금융 장벽에 막혀 홀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꾸준한 정책과 관심이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