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BAT코리아가 출시한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디바이스 '글로 센스'와 스닉 '네오'. / 시사위크
 지난 8월 BAT코리아가 출시한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디바이스 '글로 센스'와 전용 카트리지인 '네오 포드'.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BAT코리아가 신제품 ‘글로 센스’로 인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액상형 대신 하이브리드형 신제품을 내놓은 덕에 최근의 전자담배 안전성 이슈에서 빗겨나가는가 했더니, 유사상표 논란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나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 유행성 논란 피했는데… 유사상표 침해 의혹 ‘암초’

'신의 한 수’인가, 아니면 ‘악수(惡手)’인가. BAT코리아의 글로 센스가 제조사에 병 주고 약 주는 애증의 존재가 돼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핀 흡연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제품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로 인해 쥴랩스코리아 등 전자담배 업체 관계자들이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등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국내 담배업계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 쥴랩스는 론칭 5개월 만에 철수설을 잠재워야 하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쥴랩스코리아를 비롯한 KT&G 등 담배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BAT코리아는 이와 같은 논란에서 한발 비껴나 있다. 아직 BAT코리아는 유해성이 의심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국내에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BAT코리아가 별도의 기자간담회까지 열며 시중에 공개한 ‘글로 센스’는 기존 궐련형과 액상형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형이다.

일각에선 글로 센스가 아직 시장에서 확실한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한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점유율을 깎아먹는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쥴과 죠즈가 상륙하는 등 국내 전자담배 트렌드가 액상형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택한 변칙 전략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었던 글로 센스지만,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혀 되레 악수가 돼가는 모양새다. 한 국내 벤처기업에서 상표 유사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곤란한 지경에 몰리게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 비타본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BAT코리아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등 소송을 제기했다.

비타본은 자사의 금연유도제품인 비타민 증기스틱 ‘비타본 센스’와 ‘글로 센스’의 이름이 유사해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내놓은 비타본 센스의 초도 물량이 완판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서 BAT코리아가 글로 센스를 내놓아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특히 비타본은 금연유도제품인 비타본 센스가 글로 센스로 인해 담배로 오인 받게 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타본 센스라는) 제품은 물론 제조사에 대한 인지 자체가 없었다”면서 “(비타본으로부터) 공식적인 문서를 접하게 되면 그에 걸맞는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