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독일에 체류 중이던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10월 1일부터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독일에 체류 중이던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10월 1일부터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독일행 직후 정계 복귀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미국행 발표가 각방 쓰는 부부와도 같은 당내 역학구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극한대립 속 탈당이 초읽기에 다다른 유승민 전 대표의 러브콜은 안 전 대표의 결정 한방에 허공의 메아리로 색이 바랬다. 안 전 대표가 비당권파와 사실상 선을 긋는 모습에 손 대표 측은 본격적으로 안 전 대표 설득에 나서겠다는 태세다. 안 전 대표의 경우 거취를 밝히자마자 역설적으로 그의 복귀 시점이 또다시 당내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10월 1일부터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포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치열한 미래대비 혁신현장을 다니며 우리의 미래와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다면, 미국에서는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 제도적 개선과 적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고 향후 행보를 설명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이같은 '깜짝 발표'는 유 전 대표에게 사실상의 직격탄이 됐다.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대표를 맡은 유 전 대표는 앞서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낼 것"이라며 "독일에 계신 안 전 대표도 (변혁에) 동참해주기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화하고 있지만 이제는 제가 직접 연락을 하고 의사를 묻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안 전 대표와 직·간접적 교감에 나서고 있음을 공표했다.

그러나 이틀 뒤 안 전 대표가 미국행을 선언하자, 변혁 동참을 요청한 유 전 대표는 물론 변혁 활동 중인 안철수계 7명 의원도 멋쩍은 상황에 놓였다.

실제 유 전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안 전 대표의 미국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시인하며 "안 전 대표가 당분간 국내 정치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분은 정치에 뜻을 세운 분이기에 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변혁의 노력에 대해 마땅히 힘을 보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가 '10월 미국행'이라는 결정적 정보를 몰랐다는 것은 안 전 대표와 실질적 교감이 다소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유 전 대표의 '교감' 및 '동참' 발언이 있었는데도 안 전 대표가 마치 화답하듯 미국행을 즉각 발표한 것을 놓고 유 전 대표 측과 사실상 선을 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완전한 결별 통보는 아니지만, 변혁이 자력으로 보수신당의 기반을 닦아놓은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변혁 동참 의사를 밝힌다면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라는 거물이 변혁에 합류할 경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다소 불안했던 결합이 장기간 내홍의 촉매제로 작용한 것을 감안할 때 안 전 대표의 운신의 폭도 넓지만은 않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유 전 대표가 자신을 이용한다고 느껴 (트위터) 글을 남긴 것 아니겠느냐"며 "일각에서는 '또 간을 본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안 전 대표는 '당신은 당신 할 일 하시고, 나는 내 일을 할 테니 내버려 두라'는 신호로 읽힌다"고 전했다.

반면 변혁에서 활동 중인 바른미래당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미국행을 결정한 것은 유 전 대표가 (변혁과) 같이 하자고 문자를 보내기 전에 준비됐던 내용으로 안다"며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 전 대표를 만나러 우주라도 갈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해진 유 전 대표의 미국행 여부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손 대표 역시 필요하다면 언제든 안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도 미국행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이라며 "두분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접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빠른 속도로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그 시점으로 여겨지는 12월이나, 제21대 총선 직전인 내년 2~3월, 그밖엔 사실상 총선 이후가 거론된다.

'연말 복귀'를 주장한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미국행은 길어도 반년, 짧으면 3개월 정도 본다. 총선을 건너뛰지는 않을 것 같다"며 "연비제가 통과되면 복귀를 고려할 것 같다"고 했다.

'내년 2~3월 복귀'를 언급한 다른 관계자는 "연말 복귀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본인 대선준비를 위해선 세력이 필요하니 총선 직전 들어와 당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며 "귀국 시점은 당이 정비되는 속도와 비례해 빨라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안 전 대표의) 미국행은 국내 정치 현안과 관계 없이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면서 "미국 활동 기간은 연구 성과나 진척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 전후 복귀와 관련해서는 "안 전 대표가 계획한대로 현지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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