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1호로 지정되면서 교보와 영풍문고 등 대기업 서점들의 점포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 뉴시스
서점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1호로 지정되면서 교보와 영풍문고 등 대기업 서점들의 점포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수익 정체에 빠진 대형 서점들의 앞날이 더 막막하게 됐다. 정부가 서점업을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오프라인 확장 등 기업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 동네서점 살리기 나선 정부… 대형서점 ‘울상’

교보문고로 대표되는 대형 서점들이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가 동네서점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이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 1호로 지정하고 서점 생태계 조정에 나섰다. 이는 최근 대기업 서점의 급격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소상공인 보호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결정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대기업 서점(교보·영풍‧대교)은 지난 3년(2015년~2018년) 사이 42곳이 늘었다. 반면 업종의 9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소상공인 서점은 전반적으로 영세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향후 5년간 사업의 인수 및 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 진출 길이 당분간 막힌 셈이다. 본업인 서점업도 제 뜻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대형 서점은 매년 1곳씩 만 출점이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위반 기간 동안 매출액의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도 내야 한다.

중기부는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카페가 결합된 융‧복합형 점포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는 전문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출점 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단 신규 출점 시 36개월 동안 학습참고서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오프라인 점포를 꾸준히 늘려온 교보와 영풍문고는 사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온라인 비중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들 두 업체는 여전히 오프라인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국에 분포한 32개 영업점은 교보문고 한해 매출의 60%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주요 판매 채널인 오프라인 점포가 꾸준히 증가해야 하는데, 연간 신규 출점이 1곳 밖에 허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연매출 5,000억대에 정체된 교보문고는 영업이익률이 1% 밑으로 하락한 상태다. 120억을 넘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풍문고의 오프라인 의존도는 무려 90%에 달한다. 영풍문고는 업계 1위인 교보문고보다도 10개 가량 많은 점포를 보유할 정도로 오프라인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최근엔 신세계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스타필드에 잇따라 입점해 왔다. 정체된 실적과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점포 확장이 수반돼야 하지만 신통치 않게 된 것이다. 영풍문고의 매출 규모는 교보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며, 부채비율은 지난해 전년 대비 35%p 늘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중기부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온라인 서점의 무분별한 제3자 할인과 중고서적 매입 등이 출판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오프라인에 규제 포커스가 맞춰졌다”면서 “출판업을 활성화 시키고자 했던 대형서점의 노력이 저평가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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