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공개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형. /뉴시스-조선중앙TV
2017년 공개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형. /뉴시스-조선중앙TV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6개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대해 ‘규탄’ 성명을 낸 것을 두고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유럽 6개국의 규탄성명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면서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표방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진행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우리의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한 조치만을 걸고드는 것은 우리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미실무협상을 애걸하고서는 빈손으로 나와 협상을 결렬시켜 놓고도 회담결과가 긍정적이였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는 미국이 뒤돌아 앉아 추종국가들을 사촉하여 우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도록 한 데 대해 우리는 그 기도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있다”고 미국을 규탄성명의 배후로 의심했다.

특히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우리를 압박할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명백한 실정에서 우리도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해줄 수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 대응이 불필요하거나 시기상조라는 판단 아래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그러나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며 우리가 지금까지 자제해온 모든 것이 무한정 계속되는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8일(현지시각)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열고 '기타 의제'로 북한의 SLBM 문제를 논의했었다.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유엔 차원의 언론성명이 추진됐으나 미국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유럽 6개국만 따로 규탄 성명을 내는 것으로 대체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ICBM 발사와 핵실험을 제외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불편하지만" 일부 용인해왔다. “북한이 ICBM와 핵실험만 중단을 약속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날에는 ICBM 시험발사 장면들을 하나로 묶은 영상물을 제작해 “세계적 군사강국이 되었다”고 대내외 홍보에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ICBM 시험발사에 당장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연말까지 기다리겠다”며 협상국면을 깨지 않겠다는 신호도 분명히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의 성과로 내세웠던 것으로,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미관계는 싱가포르 합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실무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지도자”로 김정은 위원장을 꼽는 등 북한에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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