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신임 대표이사로 JKL파트너스 전무가 선임됐다. /롯데손보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를 새 대주주로 맞이하면서 경영진을 교체했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내정설이 돌았던 최원진 JKL파트너스 전무가 선임됐다. 

◇ JKL파트너스 체제 본격화… 경영진 개편 완료  

롯데손보는 10일 서울 중구 남창동 소재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최원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손보는 대주주 교체에 맞춰 경영진을 대거 개편했다. 이날 대표이사 외에도 다수의 이사진 선임이 이뤄졌다. 강민균 JKL파트너스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과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김현수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 대해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최 대표는 1973년생으로 올해로 47살이다. 보험업계 현 CEO들 중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다. 관료 출신으로서 금융 분야에 대한 넓은 식견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보험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최 대표는 행정고시 4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사무관, 국제금융국 서기관 등을 거쳐 2015년 JKL파트너스로 이동한 바 있다. 롯데손보 인수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만큼 회사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롯데손보가 작지만 강한 회사, 최고급 손해보험사로 성장해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같은 포부가 현실화되려면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과제는 재무건전성 관리다. 지난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40.8%로 당국의 권고치(150%)를 하회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RBC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이달 안에 JKL파트너스와 호텔롯데가 참여하는 3,7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9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 같은 유상증자가 실행되더라도 자본적정성 관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롯데손보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내년 퇴직연금 신용 시장위험액 반영비율 상향조정 등 자본비율 규제 강화를 고려하면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는 단기간 내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때문에 보험업계는 RBC 비율 상향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6월말 기준 손보사는 RBC 평균 비율은 256.9%로 전분기보다 4.8% 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더라도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여전히 업계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다. 향후 RBC 비율은 200% 이상까지 올리려면 추가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최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 자본확충ㆍ조직 안정화 등 과제 수두룩

수익성 관리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처지다. 롯데손보는 올 상반기 별도기준 순이익이 2.6% 줄어드는데 그치면서 나름 선방했지만 업황이 밝지 못한 만큼 향후 실적 관리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사업 구조 재편도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롯데손보의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자산은 6조7,78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46.1%에 달한다. 롯데손보는 그간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든든한 물량 지원을 받아 퇴직연금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해왔다. 퇴직연금 운용자산은 회사의 쏠쏠한 이익이 돼 왔다. 

하지만 이제 롯데그룹의 품을 떠난 만큼 앞으로 계열사 지원이 지원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퇴직연금 리스크 반영 비율이 확대된 만큼 퇴직연금 사업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RBC 비율 산정 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시장위험을 올해 6월부터 기존 35%에서 70%로 확대해 반영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적용비율은 내년 6월에는 100%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자산이 많은 롯데손보는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최 대표는 조직 안정화 과제도 짊어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다시 매각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가 새로운 대주주로 결정되자 내부에선 불안감을 드러내는 직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는 JKL파트너스는 5년 고용보장을 약속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분간 새 경영 체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내부 혼란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원진 대표 체제가 롯데손보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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