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반도건설이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진그룹이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반도건설의 지분이 경영권 분쟁에 있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은 지난 8일 한진칼 지분 5.06%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은 4.99%다. 이중 한영개발이 한진칼 주식 4만주를 추가로 매입하며 5% 이상을 보유하게 됐고,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 그 내용을 5일 이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5%룰’에 의해 이를 공시했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은 반도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한진칼 지분을 각각 2.46%, 1.75% 보유 중이다. 반도개발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장남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 외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한진칼 지분 0.85%를 보유 중이다.

이에 반도건설은 한진칼의 4대주주로 올라섰다. 한진칼의 주요 주주는 지분 28.93%를 보유한 오너일가 외 특수관계자를 비롯해 △KCGI 15.98% △델타항공 10% △반도건설 5.06% △국민연금 4.11% 순이다.

이중 KCGI는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왔고, 한진칼 측에 조원태 회장에 대한 소송 제기를 요청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조 회장 등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은 특수관계자 지분 28.93%를 비롯해 이른바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지분 10% 등 38% 가량이다. 여기에 일반 소액주주들의 지원이 이뤄질 경우 우호지분은 40%를 웃돌 전망이다.

반도건설 계열사들은 지분 취득에 대해 ‘단순취득’이라고 공시한 상황이다. 반도건설이 한진칼의 ‘흑기사’ 역할을 하더라도 KCGI와 반도건설의 지분율 합계는 21.04%다.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이 17% 가량 높은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반도건설과 델타항공이 보유한 지분의 성격에 주목한다. 두 회사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향후 한진그룹과 KCGI의 표대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델타항공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가정할 경우 한진그룹 측 우호지분은 38% 가량이며 대호개발과 KCGI의 지분율을 합쳐도 격차는 17.89%에 달한다”며 “다만 KCGI와 델타항공, 대호개발의 지분을 합할 경우 31.04%로 오너일가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28.93% 대비 2.11% 더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델타항공과 대호개발의 주식 취득 목적은 장내매수를 통한 단순취득으로 공시돼 있지만, 2020년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과 KCGI의 표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이에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과 관련한 사항이 내년 주총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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