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각당 대표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사법개혁안을 논의하기 위해 `2+2+2'(각 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각당 대표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사법개혁안을 논의하기 위해 `2+2+2'(각 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이후 사법 개혁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사법 개혁의 일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 정치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극한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은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탄 공수처 법안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 2개가 공존하고 있다. 2개 법안은 공수처 설치를 통해 막대한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바로잡는다는 취지는 같으나, 기소 방식 및 공수처장 임명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여 편의상 '백혜련 안'과 '권은희 안'으로 불린다.

백혜련 안의 경우, 판·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한해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자체 결정하도록 했지만, 권은희 안은 공수처의 기소권한에 대해 견제 장치인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공수처장 임명 방식에서도 백혜련 안은 대통령 지명을 받은 후보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권은희 안은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했다.

민주당은 '백혜련 안'으로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고, 한국당은 공수처를 '옥상옥'기관이라며 설치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앞서 16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3당 원내대표와 각당 의원 1명씩 모인 '2+2+2 회동'에서 공수처 법안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회동에 참석한 권 의원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국민 인식과 정치 복원을 해야하는 대한민국 현실의 필요성 두 요구를 충족해, 공수처는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을 갖고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표결처리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결국 공수처 법안이 표결로 향하게 되면 바른미래당이 손을 들어주는 쪽에 힘이 쏠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 재적 국회의원 297명 중 과반인 149명이 찬성해야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공수처 찬성파, 그 중에서도 '백혜련 안' 찬성으로 분류되는 세력은 민주당(128명), 정의당(6명), 민중당(1명) 등이다. 문희상 국회의장, 손혜원 의원 등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칭)에서 약 10명을 확보하면 가까스로 숫자를 맞출 수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수처 반대 입장을 피력한 금태섭 의원 등 반대표가 다수 나올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이탈표를 정확히 추산할 수 없기에 섣불리 표결로 향하다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28개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경우, 민주당이나 한국당(110명)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 된다.

이는 바른미래당이 추구해왔던 거대 양당 체제 타파 및 제3지대 정치세력 확립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그러나 변수는 바른미래당이 극심한 내홍으로 최근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의석은 28석이지만 타당 활동 등으로 4명이 당원권 정지를 당했고, 나머지 24명 중 15명 의원이 당내당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결성해 집단 탈당을 본격 논의하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손학규 대표 체제로 대변되는 당권파와 유승민 전 대표의 변혁 두 갈래로 나뉘어 있으나, 변혁 내부에서조차 공수처 찬반, 탈당 시점, 한국당과의 통합 등 주요쟁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혼란스러운 당 분위기에서도 개별 의원들의 잰걸음으로 제3지대의 필요성과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장기간 내분으로 "집안 관리나 잘하라"는 비판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은 양당의 공수처전(戰)을 통해 제3지대의 필요성을 시사한 부분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고질적인 내홍으로 일사불란한 단합력을 보이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이 제대로 단합한다면 우리 당의 존재감이 국민에게 더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당이 분열돼 이런 호기에도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처럼 통일된 당론이 없는 것이 우리 당의 딜레마"라며 "당의 갈등이 깊지만, 공수처가 중요 법안인 만큼 오신환 원내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론을 모으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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