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입시제도 개혁을 지시했다. 현행 수시제도가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전제 하에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도를 높임과 동시에 정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사실상 서열화된 고교 체계로 인한 격차문제도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국민의 절실한 요구다. 정부는 그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은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대입제도부터 공정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 위주의 수시전형은 입시의 공정성이라는 면에서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학이 전형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11월 중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올 것을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교육개혁의 방침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교육부는 정시확대가 사교육비 증가와 공교육 무력화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수시전형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에 중점을 뒀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 딸의 입시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시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끝내 방향을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입시특혜를 규탄하기 위한 취지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설치한 분향소. /뉴시스
조국 전 장관의 딸 입시특혜를 규탄하기 위한 취지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설치한 분향소. /뉴시스

이날 회의에는 주무 부처인 유은혜 사회부총리뿐만 아니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진영 행안부 장관,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과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김태년 민주당 의원까지 참석했는데, 문 대통령이 사안을 얼마나 위중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보수는 환영하고 진보는 강력 반대

정시확대 방안은 야권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학생들이 공정한 마당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시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했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나아가 “정시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큰 틀에서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오히려 반대목소리는 진보진영에서 터져 나왔다. 정의당은 “수능 정시확대가 사교육 의존도를 더 높여 자사고 외교 등 특권학교, 강남 3구 등 고소득층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각종 통계를 통해 증명됐다”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정시확대라는 대증요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서 현 정부의 교육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정시확대는 형식의 공정성의 신화에 빠져 과정과 결과의 공정은 무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우리 교육의 퇴행이며 공교육 포기선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지율에 눈이 멀어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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