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이동통신과 스마트폰의 보급 활성화로 인해 우리 생활 속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깊숙히 자리잡게 됐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직장인 권모(28) 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통해 최신 영화 관련 소식을 확인한다. 점심 시간엔 식사 후 직장 동료들과 어제 넷플릭스를 통해 봤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퇴근 후엔 트위치TV에 접속해 평소 즐겨하는 게임 관련 방송을 보며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에 접속해 최신 미국 드라마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처럼 권씨의 일상 구석구석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특히 외국계 OTT매체가 자리 잡고 있다.

◇ 국내 OTT시장을 장악하는 외국계 OTT 

초고속 이동통신과 스마트폰의 보급 활성화를 통해 따라 국내 OTT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국내 OTT 시장 규모가 7,80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의 거대 OTT업체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

지난 8월 닐슨코리아의 통계에 따르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틱톡 등 3대 외국계 OTT의 7월 국내 순 이용자 수는 2,997만7,214명으로 작년 동월(2,595만1,051명)기준 약 15.5%(402만6,163명) 증가했다.

가장 높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유튜브는 2,631만6,131명을 기록하며 작년 동월 2,466만691명 보다 약 6.7%(165만5,440명)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185만5,334명으로 작년 동월 41만9,667명보다 143만5,667명 증가해 무려 약 342.1%, 약 4.4배 가량 증가했다.

이어 틱톡의 경우 1,80만5,749명으로 작년 동월 87만693명보다 93만5,056명 증가해 무려 약 107.4%, 약 2.1배 가량 증가했다.

외국계 OTT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반면 대부분의 국내 OTT기업들은 대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기준으로 네이버TV, U+모바일tv, MX플레이어, 올레tv모바일, 아프리카TV 등 국내 OTT 매체 이용자 수는 1,273만9,201명으로 작년보다 10.4%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작년 동월 대비 네이버TV는 1,93만8,876명으로 40%, U+모바일tv는 1,79만0,777명으로 24.1%로 대폭 감소했다. 뒤를 이어 아프리카TV가 1,22만4,484명으로 17.1%, 올레tv모바일이 1,32만9,704명으로 9.2%, MX플레이어가 1,69만6,925명으로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달 ‘디즈니 플러스’라는 거대한 OTT매체가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OTT시장이 완전히 외국계 기업에게 잠식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국내 OTT 통합으로 위기 돌파 모색

이런 외국계 OTT매체의 매서운 공세에 우리나라도 OTT매체의 통합으로 반격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출범한 ‘웨이브(wavve)’는 기존 SK텔레콤이 운영하던 OTT ‘옥수수’와 KBS, SBS, MBC 지상파 3사가 운영하는 ‘POOQ(푹)’을 통합한 서비스다. 웨이브는 현재 외국계 OTT매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아트센터에서 열린 통합 OTT 서비스, '웨이브(wavve) 출범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OS 기준 웨이브의 9월 월간 이용자 수가 264만171명을 기록해 넷플릭스의 217만2,982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사용자 수 역시 넷플릭스를 앞질렀다. 10월 13일 기준 웨이브의 일일 사용자수는 80만3,164명으로 넷플릭스의 54만7,998명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의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웨이브는 글로벌 OTT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에 자체 투자를 통해 제작된 한국 드라마 ‘녹두전’을 선보였다. 서비스 초반 흥행이 성공의 관건인 만큼 매니페스트, 사이렌, 더 퍼스트 등 미국 드라마 3편을 국내에 독점 방영한다. POOQ을 통해 지상파 콘텐츠를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는 외국계 OTT 매체와의 경쟁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 국내 OTT의 미래, ‘콘텐츠 질적 향상’이 답

웨이브의 성공적인 출발에도 주의할 점은 있다. 다양하고 높은 품질의 콘텐츠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넷플릭스가 세계 OTT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선하고 다양한 콘텐츠 덕분이다. 

넷플릭스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장르의 영화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기존 지상파에서 종영된 드라마의 경우도 판권을 사들여 다시 리부트(Reboot)하기도 한다.

넷플릭스를 위협한다고 평가받는 디즈니 플러스 역시 MCU(Marvel cinematic univers) 등 기존의 대형 콘텐츠들을 변형시키며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팬들이 그동안 궁금해왔던 MCU,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의 세세한 설정과 뒷이야기들을 풀어내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국내 콘텐츠의 경우, 제공되는 콘텐츠의 양은 많지만 한정된 장르와 플롯으로 싫증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상당수는 우리나라 OTT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재미없고 식상하기 때문”을 이유로 들었다. 

드라마의 경우 직업과 성별, 배우만 바뀌었을 뿐 늘상 접하던 익숙한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도 출연자들만 바뀔 뿐 플롯은 거의 비슷해 재방송 보는 기분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의 양적 확대를 위해 기존의 지상파 콘텐츠를 단순히 재가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홍진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가 칼럼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은 필수적”이라며 “국내 이용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선호도를 파악해 그동안 기존 지상파 프로그램, 케이블TV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연 국내 OTT 매체들이 외국계 ‘공룡’ OTT 매체와의 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