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737NG 항공기에서 균열이 발견돼 9대에 대해 운항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뉴시스·AP
국내 도입된 보잉737NG 항공기 9대에서 균열이 발견돼 운항 중단 조치가 내려졌지만 아직 108대는 이와 관련해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보잉737NG 계열 항공기(이하 B737NG)에서 ‘동체 균열’ 결함이 발견돼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운항중단과 긴급점검 및 개선지시를 내렸다. 미 FAA 조치에 따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도 항공업계 측으로 국내 도입된 해당 항공기에 대해 긴급점검 실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긴급점검 대상 규모가 국내에 도입된 B737NG 대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승객들의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피클 포크’ 균열, 중대 결함… 국토부, 150대 중 42대만 긴급점검 

현재 국내에 도입된 B737NG 기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사를 제외한 모든 항공사에서 운항 중이며 총 150대로 파악됐다. 균열이 발견된 곳은 항공기 동체 중심과 날개를 연결하는 ‘피클 포크(pickle fork)’라는 부위다. 이 부위는 날개가 동체에 붙어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클 포크는 비행 시 외부 공기 압력에 의해 동체와 날개 접합부가 부러지지 않고 휘는 정도와 토크 및 공기 역학적 힘을 관리한다. 탑승자의 안전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피클 포크는 균열 없이 9만회 이상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현재 해당 부분의 균열(크랙)이 발생한 B737NG는 누적 비행 횟수가 3만회 이상인 기체들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보잉 전 엔지니어는 시애틀 지역방송 ‘코모 뉴스(KOMO News)'와 인터뷰에서 “비행기 운항 초기(비행 횟수 3만회 전후)에 피클 포크 결함과 관련해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에서 긴급점검이 이뤄진 B737NG는 150대 가운데 42대다. 총 대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국내 긴급점검 결과 42대 중 9대가 동체 일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점검을 실시한 기체의 21%에 달하는 수치다. 보잉사의 B737NG 기종 점검 결과 확인된 결함 기체 비율인 5%를 훨씬 웃돈다.

국내 도입된 B737NG 중 108대는 점검 기준에 도달하지 않아 항공사 측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이 이뤄진 기체는 누적 비행 횟수가 3만회를 넘은 B737NG 기종이다. 누적 비행 횟수 3만회 미만 항공기에 대해서는 향후 점검 시기가 도래하면 점검을 실시한다는 것이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점검 시기는 항공기별로 상이하다. 누적 비행 횟수 기준 2만2,600회 이상 3만회 미만 항공기는 향후 추가 비행 1,000회 이내, 2만2,600회 미만 항공기는 2만2,600회에 도달하기 전 각각 점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부와 항공업계는 ‘매뉴얼대로 착실히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국토부 지시에 따라 순차적으로 점검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며, 국토부는 미 FAA 측의 감항성(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 개선지시 발행에 따른 적절한 조치라는 것이다.

◇ “미점검 항공기 점검 시급”… 일각선 ‘국토부 조치 소극적’ 비판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조치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운항 횟수가 적다는 이유로 균열에서 안전하다고 확신할 증거가 없어서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항공기를 이용해야 해 불안에 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비자 A씨는 “동체 균열이라는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항공기 기령과 운항 횟수에 따라 나눠 점검하는 것은 항공사들의 안전 불감증으로 보인다”며 “만약 점검하지 않은 항공기를 추후 점검했을 시 동일 결함이 발생한다면, 점검이 이뤄진 날까지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운항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항공기의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번 결함의 정비는 각 항공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가 없다.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기술 자문을 받아 수리를 해야 하는 탓이다. 이러한 절차로 인해 정비에만 약 2~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정비 기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해외까지 포함하면 점검 대상 기종이 총 1,9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점검이 미뤄진 B737NG 중 108대에서 추후 결함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정비를 받고 정상운항하기까지 사실상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윤군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우주항공공학전공) 교수는 “피클 포크의 크랙 발생은 중대 결함에 속한다”며 “크랙의 성질과 발생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미세 균열도 비행 중 갑자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엔 비행 중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수도 있다”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정도의 크랙이라면 당연히 비행 중단 조치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긴급점검 대상에서 배제된 항공기에서도 크랙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 “국토부와 항공업계가 점검 절차 계획을 다시 세워 아직 점검 받지 않은 항공기(108대)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해야 안전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항공 관련 전문가 역시 “해당 기종 전체를 운항 중단 시킬 수는 없으니 아직 점검 받지 않은 108대에 대해 즉시 점검을 하고 문제가 없는 항공기에 대해 운항재개 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긴급점검 후 운항이 중단된 항공기는 대한항공 B737-900 5대, 진에어 B737-800 3대, 제주항공 B737-800 1대다. 미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에서도 같은 문제로 해당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하는 등 유사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행 횟수가 적다는 이유로 점검 후순위로 밀린 항공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승객 입장에선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연 국토부가 국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잠재울 지 향후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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