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 합류한 이지영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뉴시스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 합류한 이지영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두산 베어스의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올 시즌 프로야구가 막을 내렸다. 이제는 각 팀들이 내년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한편, 전력을 강화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올해 가을야구는 늘 그랬듯 많은 주인공과 스타를 배출했다. 결정적인 순간 방망이가 번뜩인 두산 베어스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같은 팀의 포수 박세혁 또한 양의지의 그림자를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비록 마지막에 무릎을 꿇었지만, 키움 히어로즈의 영웅들도 확실히 빛났다. 연일 맹타를 휘둘렀던 이정후, 통곡의 벽이었던 조상우, 논란을 일으킴과 동시에 좋은 활약을 펼친 송성문 등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있다. 영웅군단의 안방자리를 든든하게 지킨 포수 이지영이다.

이지영은 KBO리그 사상 최초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올 시즌부터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 공백이 숙제였던 키움 히어로즈, 타선의 밸런스가 필요했던 SK 와이번스, 거포가 필요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렇게 팀을 옮긴 세 명의 선수 중 이지영은 가장 먼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오래 빛을 냈다. 이지영은 시즌 초반부터 안정감 있는 수비와 쏠쏠한 공격으로 팀에 공헌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박동원이 돌아온 이후에도 주전의 입지를 단단히 지키며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바 있는 이지영의 경험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 히어로즈의 가을야구에서 특히 빛났다.

이지영은 우선 올해 가을야구에서 노련하고 안정적인 투수 리딩을 선보였다. 키움 히어로즈가 ‘벌떼 마운드’ 전략을 성공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이지영이다. 여기에 공격에서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집요한 볼 골라내기와 커트로 상대 투수의 투구 수를 늘렸고, 적재적소에 안타를 터뜨렸다. 키움 히어로즈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데 있어 단연 일등공신이다.

이제 주목을 끄는 건 이지영의 향후 행보다. 이지영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얻는다. 당연히 FA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키움 히어로즈는 방향성이 뚜렷한 팀이다. 올해 새롭게 얻은 이름처럼 선수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고, FA시장에선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앞선 사례들만 살펴봐도, 손승락·유한준 등 팀의 간판이었던 선수들을 애써 붙잡지 않았고 채태인·김민성은 아예 사인 앤 트레이드라는 방식으로 풀어줬다. 팀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이택근을 LG 트윈스에서 복귀시킬 때를 제외하면, FA시장에서 외부영입에 나선 일이 없다.

무엇보다 키움 히어로즈는 이지영의 대체자원도 나름 가지고 있다. 또 한 명의 주전포수 박동원이 돌아왔고, 가을야구에서 아쉬움을 남기긴 했으나 꾸준히 성장 중인 주효상도 있다. 지난해 비상상황을 잘 메워준 김재현도 현재 군복무 중이다.

포수의 가치가 높고 이른바 ‘포수기근’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지영을 노릴 팀은 많다. 그중에서도 롯데 자이언츠는 포수 포지션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다른 팀의 경우에도 포수진의 두께를 강화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다.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이지영은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선수다.

물론 키움 히어로즈가 이지영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재현의 복귀와 주효상의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벌고,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선 이지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에 비해 자금사정이 나아지기도한 만큼, ‘쓸 땐 쓰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누가 이지영을 데려가든, 계약규모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FA시장 추세가 다소 얼어붙어있긴 하지만, 포수와 이지영은 다르다. 경쟁구도가 형성될 경우 이지영의 몸값 또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가치를 몸값으로 인정받는 것은 프로스포츠의 기본적인 이치다. 올해 가을야구의 주인공 중 하나로 남은 이지영이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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